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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하우스21

올 여름을 정리하며, 전기사용 대차대조표 9월의 선선한 아침, 7월 이후 처음으로 온수 샤워를 했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계절 가는 것이 눈에 보이듯 손에 잡히듯 흘러간다.더워서 전기 잡아먹는 계절이 가는가 싶더니, 일말의 짬도 주지 않고 추워서 가스 잡아먹는 시절이 코 앞이다.여름도, 겨울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잔혹하다. 돈 잡아먹는 계절이라는 푸념이 사치일 만큼, 누군가에게는 사는 것이 시린 시간들이다.황인숙 시인은 에서 '머리가 띵해지도록 추우 날' 길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자를 보고 이렇게 썼다."불운한 사람들의 유일한 도피처인 잠조차 최소한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독한가? 우리는 악독한 추위처럼 독하다. 그런 거 같다. 죄 없이 벌받는 사람이 많은 겨울이다. 죄 많은 겨울이다." 또 다른 의미로 죄 많은 여.. 2013. 9. 3.
형광등의 명명백백, LED 전구의 어슴푸레한 아름다움. 천장마다 걸려있는 형광등 불빛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수술실처럼 온갖 구석을 흰 빛으로 환하게 비춰내는 형광등이 아니라 햇병아리의 집을 밝혀도 될 정도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전구색' 조명이 있는 집이 좋다, 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쉬고 설렁설렁 이야기하고 혼자서 여유 부리라는 공간인 카페에 형광등이 없는 이유는음영을 찾아볼 수 없는 명명백백한 형광등 아래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아서 일테다. 토론토의 한 가정집에서,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리의 원룸에서 왜 천장에 형광등이 안 달려있는지 궁금했다.형광등이 없는 집에 처음 머물 때는 불이 다 안 켜졌다고 생각하고 스위치를 찾았고, 그게 다라는 것을 알고는 '얘네는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케 어둡게 사는거야?'라며 갑갑해했다.그러다가 그 느긋하고 따뜻.. 2013. 8. 24.
난생 처음 대출받던 날: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 20대 초반 카드 빚 100만원이 밀려서 카드사의 독촉전화를 받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돈 감각이 무뎌서 주머니에 100원이 있으며 100원을 쓰고, 1,000원이 있으면 1,000원을 쓰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어리벙벙하고 특히 돈에 대해서는 어리둥절 했었다. 4년 전 쯤인가, 4대강 공사 반대한다고 조계사 앞에 농성장 천막을 치고 단체들끼리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는데 우리 단체 차례가 오자 농성장에서 공부도 하자며(!!) 경제학자 홍기빈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감동 깊었던 말이 "전 지금까지 통장 잔고가 400만원이 넘어본 적이 없어요"였다. (강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말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무렴!!) 그 때 그는 캐나다 유학을 수료하고 돌아온 40대의 '아저씨'였다. .. 2013. 8. 19.
[제일작은방]카우치서핑의 로망과 왕겨숯으로 채운 어른의 비상구 어릴 적 엄마가 강아지를 키우자고 해도 싫어하고 손님이 온다해도 싫다하고"도통 엄마는 좋아하는 것도 없네, 뭐가 저렇게 싫어?"라고 궁금했는데 엄마가 날 낳았던 나이를 지나고 보니나 역시도 개와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남의 집에서 키울 경우에 한해서였고나 역시도 집을 옮기고 나서 손님 치르기 무서워 집들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이 나이가 되면 에뻐도 책임지지 않을 만큼만 좋아하고반가워도 집에 들이지 않을 만큼만 환대하고사랑해도 손해보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는, 그런 어른이 되는 걸까. 내 나이에 아이 셋을 키웠던 엄마는 손님이고 강아지고 뭐고 자식 새끼 3마리가 가장 버겨웠던 것은 아닐까. 집을 고르면서 무조건 방은 3개여야 한다고 했다.부동산에서 두 명이 사는데 짐이 많냐고, 그 돈으로는 방 2개 짜리를.. 2013.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