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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3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는 나이에 수분을 말린 드라이플라워를 만났네 결국 먼지가 앉아서 내 노동력을 착취하고야 마는, 부피와 면적을 지닌 의미 없는 장식품을 키우지 않는다. 아니, 키우지 않았었다. 요즘 합정동과 망원동, 연남동 골목골목 들어차는 작은 꽃집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수분을 날려 바스락거리는 빨간 고추처럼 바짝 말린 드라이 플라워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고 외치는 드비어스 버금가게 오래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꽃을 사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낙엽을 주워다 쓰기도 하면서 식탁에도, 베란다에도 풀때기만 넘치던 집에 꽃이 살포시 놓이게 되었다. 꽃을 놓다가, 한 10년 전 쯤 쿠바에서 우연히 한 가정에 초대받았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미국의 무역 제재로 물자가 부족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다른 나라에서 골동품 취급을 받는 온갖 ‘클래식’ 차들이 거리를.. 2016. 1. 2.
태평 가드닝에게도 허락된 식물 인테리어 봄! 봄! 봄! 봄이 왔다고 일러준 것도 아닌데꽃샘추위가 닥치든, 4월에 눈이 오든, 사시사철 베란다에만 머무는 온실 인생이든 어김없이 봄이 오면 새순과 새잎이 돋는다. 봄은 달걀 칼슘제나 계분 등 그 어떤 영양제보다 힘이 센 식물의 자양강장제! 잎과 줄기를 잘라 물에만 담가주면 뿌리를 내리는 아이비, 스킨답서스, 허브(애플민트)에서 새순이 뽀록뽀록 올라오길래 손톱 깍둣 조심히 잘라 물에 담궈 주었다. 겨울철 베란다에서 월동을 못하고 실내로 옮겨줘야 사는 벵갈 고무나무, 베자민, 자스민 등은 매정하게 얼어죽도록 놔두는 '태평 가드닝'인 사람이라 물에만 넣어주면 알아서 척척 크고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기도 좋고 (그저 잘라서 재활용 유리병에 넣는다)실내 화분에 물 준다고 바닥에 물 흘릴 필요도 없는 (이미 물.. 2015. 4. 10.
머털도사 알로에의 보은 봄맞이의 계절. 사계절의 다채로움을 칭송하기 앞서,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이 떠올랐다.'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다양성이란 어쩜 이렇게 많은 수고와 비용과 자원을 필요로 한단 말인가, 그러니 진화=다양성이란 말은 자고로 맞는 말. 뭔 소린고 하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말을 바쳐 옷 정리며 커튼 정리며 이불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거다. 한 때 태국에서 친구 이삿집 싸는 거 도와주다가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옷과 이불, 신발이 그저 여름용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계절의 다양성을 감당하기 위한 노동은 알지 못하는이 단촐하고 소박한 살림살이여. 이번 봄에도 여지껏 겨울 옷 정리을 못 끝내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판국에 (세탁소 선불인 우리 동네에서 월급 전에 겨울 옷 .. 201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