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모델링3

형광등의 명명백백, LED 전구의 어슴푸레한 아름다움. 천장마다 걸려있는 형광등 불빛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수술실처럼 온갖 구석을 흰 빛으로 환하게 비춰내는 형광등이 아니라 햇병아리의 집을 밝혀도 될 정도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전구색' 조명이 있는 집이 좋다, 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쉬고 설렁설렁 이야기하고 혼자서 여유 부리라는 공간인 카페에 형광등이 없는 이유는음영을 찾아볼 수 없는 명명백백한 형광등 아래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아서 일테다. 토론토의 한 가정집에서,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리의 원룸에서 왜 천장에 형광등이 안 달려있는지 궁금했다.형광등이 없는 집에 처음 머물 때는 불이 다 안 켜졌다고 생각하고 스위치를 찾았고, 그게 다라는 것을 알고는 '얘네는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케 어둡게 사는거야?'라며 갑갑해했다.그러다가 그 느긋하고 따뜻.. 2013. 8. 24.
[부엌] 헬렌 니어링 스타일의 부엌놀이2 겉멋 팍팍 낸 소박하지 않은 네이밍,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부엌, 그리고 소박한 부엌 리모델링" 디테일 1. 되도록 비전력 부엌! 부드럽고 고분고분하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전기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살림하기. 휴롬이 아니라 강판에 야채를 갈거나 이빨이 멀쩡한 한 과일은 통으로 껍질 채 먹고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해동하는 대신 그때그때, 바로바로 싱싱한 음식을 간단히 해 먹는다.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은 부엌에서 정중히 퇴출시키고 손으로, 가스불로 요리하기. 헬렌 니어링의 말처럼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시다시피 부엌의 전기용품이 3가지나 된다. 마음만 먹으면 전기밥솥, 전기 주전자, 미니 전기 오븐은 안 쓸 수도 있는데 쉬이, 포기.. 2013. 7. 9.
[부엌] 헬렌 니어링 스타일의 부엌놀이1 집안 일 중 요리와 청소가 제일 싫다. 좋은 일은 세탁기가 뱉어놓은 빨래 널기와 룸메가 해 놓은 음식을 먹는 것. (마이 룸메, 보고 있삼?) 그런 내가 일주일에 두 끼 정도, 약속이 있는 날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먹는 거 빼고는 집에서 꼬박꼬박 밥을 해 먹고 다닌다. 그러니 싫어도 가장 오래 머무르는 집의 공간은 부엌데기처럼 바로, 부엌. 소박하고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껍질 채 먹는 '마크로비오틱' 혹은 건강한 '헬렌 니어링' 스타일의 식탁이 좋다. (라고 쓰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하게 요리해서 처묵처묵, 이라고 읽는다.) 부엌 리모델링도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스타일로 잡았다. 최대한 손이 적게 가는 공사, 사용자인 내 손이 적게 가는 공간, 그리고 동선은 짧게. 모양새를 위해 .. 2013.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