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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3

계절의 벨에포크 10월에 페즈와 공원 단상 개천절 날 아빠가 물으셨다. (뜬금포…) 왜 개천절이 10월 3일인 줄 아느냐.요거시 뭐시당가. 왜 서울 지하철의 2호선이 파랑도 분홍도 아닌, 녹색이냐? 라는 질문처럼 ‘원래’ 애당초 그런 것 아닙니꽈. 답인즉 10월은 추수감사 시즌으로 가장 상서로운 달,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3이라는 숫자 역시 가장 상서롭기 때문이란다. 10/3이 단군님 생신이 아니라니… 그 말을 듣고 10월의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상서롭기 이를 데 없었다. 어디를 보나 아름답다. 섬진강 변의 벚꽃 길, 들녘의 노랗게 익어가는 벼, 길가에 핀 코스모스, 한강의 강아지풀 군락,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햇빛은 반짝이고 바람은 살랑거린다. 가장 아름다운 한때 ‘벨에포크’의 10월. 추석 연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다 벨에포크를 생각.. 2017. 10. 8.
[스페인 마드리드] 국뽕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델디아 식당 여행을 하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된다고들 한다. 그렇다. 나 역시 내가 가진 한계,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취향, 나의 고집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정주적이고 정적이고 한국적인 사람인지 6개월 간의 여행을 통해 빼도 박도 못할 만큼 깨달았다. 소싯적 치앙마이 한 켠에 팥빙수 가게를 열고 앞으로 철마다 도돌이표 되는 한국의 겨울 따위는 겪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정말 어릴 때는 자기 스스로를 잘 모르는가 보다. 결국 나는 장강명 소설 만큼이나 한국이 때때로 끔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였다. 특히 암내처럼 몸에 진득하게 베어버린 ‘국뽕’ 입맛. 어딜 가도 맛있게 먹는 노마드들과는 달리 이탈리아만 빼고서 동서남북유럽 모두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도 .. 2016. 10. 30.
[부다페스트] 선진국이 별 건가, 헝가리적인 삶 헝가리 오기 전, 헝가리에 대한 인상은 '글루미' 그 자체였다.'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와 노래에 쌓여 영국보다 더 구름지고 아이슬란드보다 더 고독해서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헝가리, 랄까. 그.러.나.불후의 명작 만화 에 나오듯 '운명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여행에도 적용된다. 여행 오기 전에 떠올렸던 헝가리는 내가 만난 실제 헝가리와는 너무나 달랐다. 굴비 한 두릅 엮듯 체코에 몰려있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프라하 대신 부다페스트를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유럽적 정취가 가득 찬 거리, 유럽에서 최고로 아름답다고 뽑히는 도나우 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데(쵝오! 게다가 해가 지면 기똥찬 야경을 자랑하는 '어부의 요새'는 공짜다!) 물가는 서유럽의 70% 정도밖에 안 된다.. 2016.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