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1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방콕행 비행기표를 끊은 다음, 이 책을 읽었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나서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면 내년 설날 가 있을 곳은 나만의 '브로큰백 마운틴' 방콕이 아니라 아마 인도 남부였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오로빌 빌리지에 가고 싶어, 몸도 마음도 근질근질한 기분이었다. 현실에 발딛고 있지 않은 '영적'인 담론은 과잉이나 겉멋이 되기 쉬운 듯 보였다. 캘커타에 갔을 때 여행자가 여행 중에 며칠 정도 '봉사'하는 마더 테레사의 집은 스스로 여행하고 있다는 자의식을 충만시키기 위한 건지, 아니면 '체험 삶의 현장'을 찍고 싶다는 건지 손발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어 차마 '봉사'할 맛이 나지 않았다. 인도는 가는 곳곳마다 삶의 풍경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쓰디쓴 가난의 비참함이 발에 채여 여행자의 자책감을 가중시켰다. .. 2011. 11.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