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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3

엄마의 당일특급 스티로폼 박스 퇴근하고 돌아오니 흰색 스티로폼 박스가 현관문 앞에 놓여있다. '당일특급'이라는 중요한 표식을 몸에 붙이고서. 나는 그 스티로폼을 노려보다가 결국 집으로 들였다. 아침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일찍 퇴근해 바리바리 싸보내는 반찬들 어여어여 냉장고에 넣으라고 말이다. 이미 이 주 전, 엄마 집보다 훨씬 작은 우리 집 냉장고는 차 있고, 알아서 반찬 잘 해 먹고 있으며, 저번에 보내주신 김치가 여태 남아 더이상 쟁여놓을 곳이 없다는 통화를 했었다. 말 안 통하는 '진상' 손님에게 회사 원칙을 반복해서 말하는 콜센터 직원처럼 몇 번의 통화에서 나는 그 말을 계속 했었다. 결과는 우체국 당일택배를 붙인 다음 사후 통보. '그럼 맛있게 먹으면 될 거 아냐', 라는 내 룸메이트는 이 절망감의 요지 따위는 모를 것이.. 2017. 6. 20.
설날 휴일 마지막 밤에 꺼내읽는 파김치 병원이 지긋지긋하다. 올해는 설날 휴일이 짧아 직장에서 하루를 더 보태 쓰라고 했는데 그 하루까지 몽땅 털어 병원의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아침부터 밤까지 들려오는 8인용 병동의 텔레비전 소리에 묻혀 하루가 어디메 가는지도 모른 채 제 때가 되면 꼬박꼬박 나오는 병원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제 때, 남이 챙겨주는 밥이 그렇게 밥맛 없고 반갑지 않기로는 병원밥을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다. 반찬은 잘 나왔고 조미료 안 써서 맛이 깔쌈했는데도 말이다. 설날, 이라고 내려갔더니 집이 아니라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엄마가 아파서 입원해 계셨는데 금시초문이었다. 광주와 서울 간의 거리만큼, 아니 설날 정체돼 8시간은 족히 걸리는 그 거리만큼 자식과 부모 사이가 벌어져 있었는지, 서울에서 일하는 자식에 대한 부.. 2013. 2. 11.
2주간의 여름 휴가 인간수컷은 필요없어, 휴가 때 읽으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마리여사의 명저 첫 입사때에는 3주도 짧다고 아우성쳤는데 이 직장 5년차가 되자 이주 휴가도 불안해지는 노동중독현상이 스멜스멜! (오!우!노!우!) 그.럼.에.도 드디어 내일부터 본격 2주간의 여름 휴가가 시작한다. +_+ 에어컨 없는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의 묘미는 가장 더울 때 2주쯤은 재충전휴가를 떠나는 것! 휴가 계획을 짜는 금요일 밤이라니, 셔츠가 다 젖을 때까지 '압구정 날라리'로 파뤼를 하지 않아도 나 혼자 '오늘밤 파뤼파뤼'다! 아침이 올 때까지! (BGM: DJ DOC의 미녀와 야수) 흠, 우선 소식만 접하고 1년 동안 못 가본 홍대 앞 BL 전문 도서관에 가서 마음껏 하루 죙일 보이즈러브 만화와 동인지에 버닝한다. (그런데 지금도 도서.. 2011.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