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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3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그리고 120 BPM 백수로 놀던 시절은 인디언 써머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새 출근을 코 앞에 두고 계절의 끝물에서 마주한 제철과일을 먹는 심정으로, 평일 대낮에 영화를 봤다. 한 주에 아름다운 퀴어영화 두 편을 보다니, 이 영화들은 존재만으로도 내 백수인생의 끝자락을 축복해준 거다. 현재 내 플레이리스트는 'mystery of love'와 'visions of Gideon' 그리고 'smalltown Boy'로 점철돼있다. 각각 과 의 주제곡들이다. 은 여러 모로 의 게이 버전이랄까. 내게 두 영화는 데칼코마니 같다. 둘 다 황홀하게 아름답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스크린을 관음하는 완벽한 미학이랄까. 에는1950년대의 레트로 미국, 필름 카메라, 모피, 담배 연기, 담배를 말아쥐는 손길, 눈빛이 있다. 에는 이태리 여.. 2018. 3. 26.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처음에 갔을 때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이 나라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2017. 11. 9.
[LGBT] 휴먼 사이언스 로맨틱 다큐멘터리, 여섯빛깔 무지개 게이들의 프렌즈, 근 20년차 동인녀(후죠시)로서 이반 용어와 문화에 관한 한 ‘가족오락관’ 같은 퀴즈를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가령 “끼와 비슷하지만 좀더 공격적이고 기가 센 것을 가리키는 단어는 무엇일까요?”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부자를 누르고 “기갈입니다.” 이렇게 답 할 요령이었다. “‘바텀’을 가리키는 한글 용어는?” “마짜입니다.”, “‘일탈’은 무엇의 줄임 말일까요?” “일반 스타일입니다.” 뭐, 이런 것들. 이런 퀴즈라면 ‘슬럼독 밀리어네어’ 쯤이야. ㅋㅋ 의 자신감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깨달음으로 변했다. 이 세계에는 내가 모르는 학습할 것이 무궁무진 넘쳐나는구나... 『여성 빛깔 무지개』는 힙한 문화 아이콘에 한국 LGBT의 무궁한 역사적 행로와 해외 게이 문화 코드를 버무리고, 그 .. 2017.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