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4511 [화씨 451] 우리 손에 책이 쥐어져 있는 시대 책이 없다면, 마음이 망부석이 될거야 『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식도암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자신을 낯설어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건강한 시절 청력과 시력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고 말이다. 우선은 '건강한 일반인'의 나라에 속해 있는 나 역시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아예 아웃 오브 안중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나 노화로 시력을 잃게 된다면 그 컴컴한 시절을 어떻게 견뎌 나가야 할지 혼자 비극에 빠져들던 순간이 있었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소파나 침대 위에서 기다리는 와중에, 커피를 쪼르르 내려 책 읽을 채비를 하는 순간을 가장 애정애정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순간들을 인생에서 탈각시켜야 한다면. 이.. 2015. 9.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