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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3

[타이베이] 우리에게는 보행권이 있다! 난 미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여행이든 유학이든 결혼 이주든, 하여튼 미국에 가 본 친구들이 미국에 가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아무래도 차를 구해야 할 것 같아"아리조나(?)인가 뭔가 미국 골짝에 떨어진 한 친구는 인도도 없이 차도만 나 있는 길을 한 시간 걸어 도서관에 도착한 후, 인생 최초의 운전 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워싱턴 DC에 머물던 울아빠 친구는 "돈만 있으면 한국이 최고로 살기 좋다"며, (요런 말씀은 뭐시당가...) 그 이유로 차 타고 15분은 족히 가야만 나오는 슈퍼마켓을 들었다. 그 놈의 네비게이션까지 영어로 말해서 못 알아듣겠다고 분통을 터뜨리시며. 어디나 한 켠 짜리 작은 가게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있고, 언제나 눈요기 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 2017. 11. 5.
자신을 각인시키는 시대에 저항하는 작은 것들의 신 오래 전 인도를 두어달 여행한 적이 있다. 말갛게 어리고 말쑥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 존재 자체가 민폐인데도 민폐인지조차 까맣게 모르던 20대 초반. 인도에 대해 개뿔도 모르는 채로, 가이드북 한 번 읽지 않고, 밤 12시에 뭄바이에 떨어지는 일정에도 첫 날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채로, 그저 당시 같이 살던 룸메가 날마다 헤시시를 피워대며 보냈다던 인도 이야기에 빠져 비행기표를 샀다. 홍대 앞 클럽들에서 인도의 히피 고장이자 풀문파티가 열리는 고아에서 춘다는 '고아 댄스'가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유일한 소설책 을 읽었다. 짧은 숏컷의 머리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연설을 쏟아내던 그의 사진과 명성에 익숙해서인지 단 하나의 소설책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물론 정치 평론집이.. 2016. 5. 26.
다른 길에서 영감받은 짜이티 박노해 씨의 '다른 길' 전시에 다녀왔다.아날로그 사진의 진정성과 사진보다 더 아스라한 글들을 넘어, 짜이를 마시는 인도 사진을 보고 갑자기 짜이티에 꽂혔다. 역시 나는 가슴뛰는 사진을 봐도 위장이 먼저 움직이는가. -_-;; 인도에 이상 한파가 닥쳐 거리마다 불을 피우고 모닥불에 사람들이 추위를 녹였던 때, 민소매 옷 입고 인도 여행 중이던 나는 짜이 티를 연거푸 3잔씩 마시며 서울로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해 2박 3일간 남쪽으로 튀어 도착한 고아에서 맛본 짜이는 이상하게도, 맛이 덜 했다. 가끔 그 때 추위에 덜덜 떨며 먹었던 짜이가 생각난다. 짜이티 만드는 방법을 찾았더니 카다몸과 정향, 계피, 티 맛살라 등 수입식품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료가 팝업창처럼 튀어.. 2014.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