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1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는 나이에 수분을 말린 드라이플라워를 만났네 결국 먼지가 앉아서 내 노동력을 착취하고야 마는, 부피와 면적을 지닌 의미 없는 장식품을 키우지 않는다. 아니, 키우지 않았었다. 요즘 합정동과 망원동, 연남동 골목골목 들어차는 작은 꽃집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수분을 날려 바스락거리는 빨간 고추처럼 바짝 말린 드라이 플라워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고 외치는 드비어스 버금가게 오래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꽃을 사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낙엽을 주워다 쓰기도 하면서 식탁에도, 베란다에도 풀때기만 넘치던 집에 꽃이 살포시 놓이게 되었다. 꽃을 놓다가, 한 10년 전 쯤 쿠바에서 우연히 한 가정에 초대받았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미국의 무역 제재로 물자가 부족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다른 나라에서 골동품 취급을 받는 온갖 ‘클래식’ 차들이 거리를.. 2016. 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