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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37

[포르투갈 리스본] 고요하고 차고 정갈한 미술관, CCB 포르투갈 여행자들마다 포르투갈을 칭송해댄 탓에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포르투에서 일주일, 리스본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되묻고는 했다. 이곳이 내가 들었던 그 포르투가, 그 리스본이 맞는 거니? 내가 몰라서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끝내주는 장소가 있는 걸까? 그래서 하루는 프리워킹투어(free walking tour)에 참가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약 20여명의 그룹이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포르투갈의 역사, 동상과 건축물의 이름과 의미, 맛집까지 알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유럽인 중 평균신장이 가장 작아 유럽의 ‘프로도’라고 불리는 민족은? 바로 포르투갈 사람들이라고 한다. 같은 라틴계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보다 평균 2~3cm 정도 작다. 물론 프리워킹투어에.. 2016. 11. 6.
[스페인 마드리드] 국뽕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델디아 식당 여행을 하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된다고들 한다. 그렇다. 나 역시 내가 가진 한계,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취향, 나의 고집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정주적이고 정적이고 한국적인 사람인지 6개월 간의 여행을 통해 빼도 박도 못할 만큼 깨달았다. 소싯적 치앙마이 한 켠에 팥빙수 가게를 열고 앞으로 철마다 도돌이표 되는 한국의 겨울 따위는 겪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정말 어릴 때는 자기 스스로를 잘 모르는가 보다. 결국 나는 장강명 소설 만큼이나 한국이 때때로 끔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였다. 특히 암내처럼 몸에 진득하게 베어버린 ‘국뽕’ 입맛. 어딜 가도 맛있게 먹는 노마드들과는 달리 이탈리아만 빼고서 동서남북유럽 모두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도 .. 2016. 10. 30.
[프랑스 아를]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소문대로 니스(Nice), 에즈 빌리지(Eze village) 등 남부 프랑스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데 니스와 에즈 빌리지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는 말 외에 별로 쓸 것이 없는 반면, 아를(Arles)은 좀 특별하다. 바로 반 고흐가 이 곳의 따뜻한 햇살 아래 가장 화려하게, 가장 눈부시게, 무엇보다도 가장 그답게 그림을 그려낸 곳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봐도 햇빛이 잔인하지 않을 정도로 작렬하는 눈부신 마을에서 그는 잠시나마 영혼에 햇볕을 쬐었던 것 같다. 비록 그가 바라 마지 않았던 예술 공동체 실험이 산산조각 나고, 그 결과 고갱과의 관계가 비극으로 치달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는 이곳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많은 그림들을 그려냈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동생 테오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는 미안함.. 2016. 10. 27.
[프랑스 파리] 파리지앵들의 간지나는, 공공자전거 벨리브 “자전거를 탄 어른을 볼 때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절망이 줄어든다.” H.G. 웰스『사이클 시크: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중 3달간 유럽을 여행하면서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시는 포르투갈의 신트라, 독일의 베를린을 빼고는 없다. 신트라는 리스본의 외곽 도시라 애초에 차 없이 다닐 수 없었고, 서울의 3배 크기인 베를린을 속속들이 보고 다니려면 동력수단이 필요했다.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부다페스트, 프라하, 암스테르담, 로마 등 웬만한 도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분명컨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꼈던 도시의 속살은 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풍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파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 2016.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