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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37

[타이베이] 우리에게는 보행권이 있다! 난 미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여행이든 유학이든 결혼 이주든, 하여튼 미국에 가 본 친구들이 미국에 가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아무래도 차를 구해야 할 것 같아"아리조나(?)인가 뭔가 미국 골짝에 떨어진 한 친구는 인도도 없이 차도만 나 있는 길을 한 시간 걸어 도서관에 도착한 후, 인생 최초의 운전 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워싱턴 DC에 머물던 울아빠 친구는 "돈만 있으면 한국이 최고로 살기 좋다"며, (요런 말씀은 뭐시당가...) 그 이유로 차 타고 15분은 족히 가야만 나오는 슈퍼마켓을 들었다. 그 놈의 네비게이션까지 영어로 말해서 못 알아듣겠다고 분통을 터뜨리시며. 어디나 한 켠 짜리 작은 가게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있고, 언제나 눈요기 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 2017. 11. 5.
독일의 슈퍼마켓에서 떠올린 '만일'의 채식주의 몇 년 전 친구들과 집에 모여 만두를 빚어 먹었다. 그중 음식을 잘 하는 니나가 만두피는 한살림이 짱이라고 했지만, 미리 장을 볼 만큼 야무지게 준비한 것은 아니라서 다함께 망원시장에서 재료를 사왔다. 고기가 빠진 채식만두였다. 각자 두부를 으깨고 부추를 썰고 당근을 씻으며 수다를 떨던 중, 어쩌자고 내가 김치찌게는 역시 돼지고기가 자작하게 들어가야 맛있다고 했던 것일까. 입방정. 오두방정. 느자구.그 중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내게 반문했다. "금숙, 채식하는 거 아니었어요?" 이미 채식을 그만둔 지 어연 10년은 된 것 같은데. 순간 이미 헤어진 연인의 안부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 답을 하는 듯했다. 우리... 실은 헤어졌어. 좀 됐어. 우리 채식만두 빚고 있어요~(기억은 안 .. 2017. 10. 22.
쓰레기로 만든 예술마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카페 추석 연휴가 장장 10일이었다. 이거이 꼬레아야, 독일이야? 우리도 서유럽 수준에 올라선 줄 알고 '앞으로 이런 연휴는 종종 있겠지, 있어야지' 라는 간절한 기대를 품으며 달력을 휘휘 찾아보았으나, 2025년 즈음인가 일주일(?) 정도 장장 긴 연휴가 있다고. 그러니까 근 10년 간 다시 오지 않는 휴가였던 것이다. 아아, 지나간 옛 추억이여. 다시 돌아올 수 없나.긴긴 연휴의 날들, 나는 '쓰레기' 여행을 했다. 쓰레기로 만든 손때 묻은 마을, 그리고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카페 탐방.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은 마을에 쌓인 쓰레기들을 한때 누군가의 삶을 담은 물건으로 소환한다. 그리하여 마을에 역사를 부여한다. 한옥 마을, 관광 도시, 홈스테이 마을 사업, 혹은 뭐시기 축제나 행사 등에서는.. 2017. 10. 14.
계절의 벨에포크 10월에 페즈와 공원 단상 개천절 날 아빠가 물으셨다. (뜬금포…) 왜 개천절이 10월 3일인 줄 아느냐.요거시 뭐시당가. 왜 서울 지하철의 2호선이 파랑도 분홍도 아닌, 녹색이냐? 라는 질문처럼 ‘원래’ 애당초 그런 것 아닙니꽈. 답인즉 10월은 추수감사 시즌으로 가장 상서로운 달,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3이라는 숫자 역시 가장 상서롭기 때문이란다. 10/3이 단군님 생신이 아니라니… 그 말을 듣고 10월의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상서롭기 이를 데 없었다. 어디를 보나 아름답다. 섬진강 변의 벚꽃 길, 들녘의 노랗게 익어가는 벼, 길가에 핀 코스모스, 한강의 강아지풀 군락,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햇빛은 반짝이고 바람은 살랑거린다. 가장 아름다운 한때 ‘벨에포크’의 10월. 추석 연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다 벨에포크를 생각.. 2017.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