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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book78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일하는 곳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도시락을 시켜먹고는 했다. 서울 시내에서 1회용품을 쓰지 않고 아기자기한 '벤토'에 도시락을 싸서 날라주고는, 다시 그 도시락을 회수하러 오는 곳은 많지 않다. 소풍 가는 느낌이 퐁퐁 솟아나는 디자인과 깔끔한 메뉴와 집밥 같은 건강한 맛도 좋았다. 그리고 비대졸 청(소)년과 어른이 모여 일을 통해 의미를 찾는 작업장이라는 점도 마음에 와닿았다. 홈페이지 따르면 "소풍가는 고양이는 사회적기업 ㈜연금술사가 운영하는 소박하지만 소신있는 가게입니다. 대학에 가지 않은 비대졸 청(소)년과 어른이 협동해 ‘공평하고 공정한 일터’를 만들고, 일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소풍가는 고양이의 그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제목이 고스란히 책 내용으로 현현하.. 2018. 6. 25.
[어둠 속의 희망]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일러요. 인내심이라고는 한 줌의 방광 주머니보다 작았기에, 때때로 지하 3000미터 천연 암반수보다 더 깊이 절망했다. MB가 대통령이던 시절, 무슨 집회만 있으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날이 쨍쨍하다는 예보에 준비도 안 했는데, '호랑이 장가 가는 날'처럼 집회 장소에 비가 쏟아졌다. 저 건너의 하늘은 우리를 놀리듯 맑았다. 4대강 공사 반대한다고 남태령을 넘는 삼보일배 행진을 하는데 폭우가 쏟아져 아스팔트 고갯길에서 폭포수처럼 빗물이 쏟아져내렸다. 길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내 곁을 스쳐가는 자동차 바퀴에서도 계곡물처럼 빗물이 튀었으니,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이런 시츄에이션이었다. 나도 서울 시장 돼서 내가 믿는 신에게 '서울을 봉헌'하면 MB님의 영롱한 '신빨'이 생길까. 그 시절 MB는 날씨마저 따라주는.. 2018. 3. 2.
아픈 몸을 살다 인생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뽑자면, 누군가는 어린 시절이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아니다. 대체로, 지금 이 순간이 좋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만 싶은 순간이 간절하게 존재한다. 할 수만 있다면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아프고 불행하고 슬펐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약 오 년 전, 지금 내 나이에 언니는 큰 병을 얻었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직장에 다녔는데, 하루 아침에 병원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병명을 들었다. 그 날로 단절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환자와 비환자의 삶으로 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홍해가 갈라지는 것만큼 엄청난 일인 반면, 바닷물이 이집트 전사를 쓸어버리듯 삽시간에 일어났다. 죽음을 마주한 환자의 삶을 가까이서 겪어보지 못한 우리 가족은 어설퍼서, 얼떨결에.. 2017. 12. 14.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은 내게 이 상태로 왔다. 페이지마다 빼곡히 인덱스가 붙어있는 모습으로.여성환경연대에서 교육활동가로 일하시는 공병향 샘께서 이 책을 건네주시면 너무 훌륭해서 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나는 따라쟁이. 어제 친구가 전화해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읽었어?"라고 하자 이 책을 권하고 말았다능. 바로 그 심정으로 출근 시간 늦었는데, 노트북을 앞에 앉아 이 포스트를 쓰고 있다. 바로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이다. 가난한 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저성과자 해고, 전공의 근무환경,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기록, 성소수자 건강 실태, 재소자 건강 문제, 총기 규제, .. 2017.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