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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47

[아침 뭐 먹었어?] 불을 1도 쓰지 않는 나또(낫토) 비빔밥 나의 정규직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더위를 많이 타는 활동가의 우렁찬 아우성이 있었지만, 8월 첫째주 무조건 '재충전 휴가'가 상여금처럼 주어진 후에는 에어컨 사자는 말이 쏙 들어갔다. 그리하여 매해 개인휴가 외에 8월 첫째주, 일주일을 통으로 쉰다. 암묵적으로 '일주일을 쉴래, 에어컨을 달까' 중에서 휴가를 선택한 것. 이제는 무슨 불문율인 듯 에어컨은 뭔 에어컨, 이런 태도로 산다. 그럼에도 복작복작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10대가 뿜어내는 열기는 우리의 '정신승리'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올해부터 7월 한 달 간 일주일에 2일은 재택근무를 해도 되지만, 진짜 난관은 밥이다. 우리는 손바닥만한 부엌에서 돌아가며 밥을 해 먹는다. 밥 당번은 밥 하랴, .. 2017. 7. 8.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린 연남부르스리 연남동 식당에서 망원동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 봄바람이 일렁거렸다. 영원히 끝이 없을 것 같은 초여름 밤의 공기가 아닌, 앳되고 여린 봄밤의 기운이 금방 사라질듯 아스라한 느낌이었다. 그 밤, 퇴근 후의 한갓진 저녁 시간을 당신들과 보내고 돌아오면서 을 떠올렸다. 영화 의 원작자이자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쓴 동화 말이다. 나는 그 책을 , , 등 레시피 위주의 요리책과 함께 부엌 선반에 올려두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전, 스파게티의 면이 삶아지기 전, 그 틈새의 시간에 가스레인지 앞에서 의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그럴 때면 꼬박꼬박 집밥을 차려내는 부엌데기의 고달픔이 아니라 날마다의 일상을 돌보는 '카모메 식당'을 감싼 평화가 찾아들었다. 특별할 것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하루가 어여뻐지.. 2017. 5. 4.
[마파두부 덮밥] 두반장도, 고기 없이도 충분해 직장에 새로 들어온 동료가 밥당번을 맡은 날, 두반장 소스도, 잘게 다진 고기도 없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마파두부를 한 것이 아닌가! 마파두부덮밥을 좋아하지만, 양 많은 두반장 소스를 다 못 쓰고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려 포기했었다. 그러니 두반장 소스 없이 집에 상비군처럼 늘 있는 양념만으로 만드는 마파두부에 솔깃할 수밖에. 동료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한 그릇 뚝딱 해먹었다. 마침 지난 주말 를 읽은 독자가 집에 놀러오면서 선물로 가져온, 신토불이 포스를 풍기는 손두부가 있었다. 아주 쉽다.:) 양념: 굴소스 1 스푼, 고추장 1스푼, 된장 1스푼 재료: 두부 한 모, 참기름, 간장, 대파, 다진 마늘, 전분 난이도: 마이너스 손, 왼손만 두 개인 사람도 완성 가능 (10~15분 소요).. 2017. 3. 25.
과천 나들이: 별주막+여우책방+공간숟가락 저 멀리, 과천에 다녀왔다. 그리고 과천이 시민운동의 활발한 곳이라고 오래 전 기사로 읽은 사실을, 먹고 마시는 와중에 스르륵 체감할 수 있었다. 아들이 과천무지개학교(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주변으로 거처를 옮긴 혜진이 우리를 초대해 풀 코스로 안내해주었다. 오래 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을 집에 초대해 점심 상을 차려주면서, 그녀는 거실 벽에 커다랗게 ‘언니들, 환영합니다’라고 붙여놓았었다. 새로 옮긴 혜진네 집으로 가면서 그 따뜻한 환대가 떠올랐다. 사랑스럽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할 때 쌈박한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던지던 그녀가, 직장을 떠난 이후로 우쿨렐레를 치고작곡을 하고 뜨개질을 하는 등 사부작사부작 생활의 기술을 몸에 쌓아왔다. 그리고 뜻이 맞는 동네 사람들과 모여협동조합 밥집을 차렸다. 카페.. 2017.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