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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29

형광등의 명명백백, LED 전구의 어슴푸레한 아름다움. 천장마다 걸려있는 형광등 불빛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수술실처럼 온갖 구석을 흰 빛으로 환하게 비춰내는 형광등이 아니라 햇병아리의 집을 밝혀도 될 정도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전구색' 조명이 있는 집이 좋다, 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쉬고 설렁설렁 이야기하고 혼자서 여유 부리라는 공간인 카페에 형광등이 없는 이유는음영을 찾아볼 수 없는 명명백백한 형광등 아래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아서 일테다. 토론토의 한 가정집에서,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리의 원룸에서 왜 천장에 형광등이 안 달려있는지 궁금했다.형광등이 없는 집에 처음 머물 때는 불이 다 안 켜졌다고 생각하고 스위치를 찾았고, 그게 다라는 것을 알고는 '얘네는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케 어둡게 사는거야?'라며 갑갑해했다.그러다가 그 느긋하고 따뜻.. 2013. 8. 24.
난생 처음 대출받던 날: 서울시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 20대 초반 카드 빚 100만원이 밀려서 카드사의 독촉전화를 받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돈 감각이 무뎌서 주머니에 100원이 있으며 100원을 쓰고, 1,000원이 있으면 1,000원을 쓰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어리벙벙하고 특히 돈에 대해서는 어리둥절 했었다. 4년 전 쯤인가, 4대강 공사 반대한다고 조계사 앞에 농성장 천막을 치고 단체들끼리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는데 우리 단체 차례가 오자 농성장에서 공부도 하자며(!!) 경제학자 홍기빈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감동 깊었던 말이 "전 지금까지 통장 잔고가 400만원이 넘어본 적이 없어요"였다. (강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말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무렴!!) 그 때 그는 캐나다 유학을 수료하고 돌아온 40대의 '아저씨'였다. .. 2013. 8. 19.
[제일작은방]카우치서핑의 로망과 왕겨숯으로 채운 어른의 비상구 어릴 적 엄마가 강아지를 키우자고 해도 싫어하고 손님이 온다해도 싫다하고"도통 엄마는 좋아하는 것도 없네, 뭐가 저렇게 싫어?"라고 궁금했는데 엄마가 날 낳았던 나이를 지나고 보니나 역시도 개와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남의 집에서 키울 경우에 한해서였고나 역시도 집을 옮기고 나서 손님 치르기 무서워 집들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이 나이가 되면 에뻐도 책임지지 않을 만큼만 좋아하고반가워도 집에 들이지 않을 만큼만 환대하고사랑해도 손해보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는, 그런 어른이 되는 걸까. 내 나이에 아이 셋을 키웠던 엄마는 손님이고 강아지고 뭐고 자식 새끼 3마리가 가장 버겨웠던 것은 아닐까. 집을 고르면서 무조건 방은 3개여야 한다고 했다.부동산에서 두 명이 사는데 짐이 많냐고, 그 돈으로는 방 2개 짜리를.. 2013. 7. 20.
[부엌]헬렌 니어링 스타일의 부엌놀이3 토요일 오전마다 양화진 공원에서 '원예 가꾸미' 자원활동을 하는데 (으쓱으쓱~늙을 때 대비해서 벌써부터 공동체 활동 중)원예에 일가견이 있는 한 분께서 식물에 주는 물은 깨끗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이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나도 예쁜 꽃이나 나무들에게 꾸정 물 세례를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몇 년 동안 주로 설거지 허드렛 물로 베란다 채소와 화분의 양식을 제공해 온 나로서는 '잉? 아프리카 어린 것들은 몇 킬로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양동이에 깨끗한 물을 이고지고 나르는디'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서울에는 깨끗한 물이 넘쳐나니 (수돗세는 을매나 싼지!) 깨끗한 물을 쓴들 무슨 흉이 되겠냐마는한 여름 여성환경연대 옥상텃밭에 아침 저녁 나절로 수돗물을 퍼붓다 보면 소꼽장난 같은 옥상텃밭 한다고 지금 수돗물을 철철.. 201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