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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Info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생산하는 데 5초, 쓰이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8. 1. 18.


중국이 북미와 유럽의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속속 일회용 플라스틱 정책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하고,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에서 빠져나간 영국을 고려해 줄어드는 수입의 일부를 '플라스틱세, 여행세, 탄소세'를 부과해 충당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당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시행된다면 담배세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산업계 판도를 흔들 수 있고, 이거 대박이다.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하지만,  중국에 쓰레기 수출이 막힌 것은 영국도 같은 처지. 새해 벽두부터 영국에서도 여러 뉴스가 들려온다. 영국 내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에 값을 매겨 70원을 부과한다든지, 대형마트 아이슬란드(ICELAND)에서 플라스틱 프리 매장을 선언한다든지,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라떼 보증금'을 고려 중이라든지.    

"생산하는 데 5초, 쓰이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맞다, 그렇다. 빼고 더할 말이 없다. 이 플라스틱이 500년 동안 분해되는 것 아니라 작게 쪼개져 지구를 떠돈다.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유럽에 수출했다 유해성 논란으로 금지된 '은나노' 세탁기처럼 천연광물인 은도 입자가 작아지면 위험하다. 먼지도 폐포까지 닿는 미세먼지가 되면 수명을 단축시키고 질병을 가져온다. 태생부터 석유화학원료에서 뽑아낸 합성수지에, 갖가지 가소제가 첨가된 플라스틱이 쪼개져서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은 어쩔고.


국회입법조사처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 5조 개(무게로는 26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에 떠 다니고 있다고 한다. 석유 생산량 중 약 20%가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썩지도 않는 그 많은 플라스틱이 지구에 쌓여있고 그 중 일부가 구천을 떠돌듯 바다를 떠돌고 있다. 지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인근 바다는 죄다 플라스틱이 많은 '빨간' 지대에 속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2017.12월 <플라스틱 오염 현황과 시사점> 보기

(자료 중 노란 색 강조는 내가 해 놓은 것임) 

%28지표로+보는+이슈+103호-20171227%29플라스틱+오염+현황과+시사점.pdf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주요 오염원은 타이어, 합성섬유,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화장품과 생활용품, 선박 도색, 도로표시 등이다. 이중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화장품의 경우 화장품 법 개정을 통해 2017년부터 씻어내는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되었다. 짝짝짝! 그렇다면 주요 오염원 중 타이어 마모와 합성섬유로 인한 미세플라스틱이 남아있다. 

합성섬유의 경우 천연섬유가 답이지만, 나조차도 겨울철 잠옷이 모두 폴리에스테르라고. ㅜㅠ 수면 양말과 수면 바지와 플리스 잠바때기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날 수 있을지, 이만큼 따숩고 가벼운 옷감은 내사마 못 봤다. 때마침 '파타고니아'에서 합성섬유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인 '미세파이버(micro fiber)'를 방지하는 세탁망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20달러 판매 중이고 곧 국내에도 상륙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일반 세탁망으로는 미세파이버가 세탁기에서 나와 하수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이 한강을 조사한 결과, 하리처리장에서 미세플라스틱 중 미세파이버가 가장 많이 제거되었다는 점이다.


 미세파이버의 모습 

사진 출처| 파타고니아 페이스북

 미세파이버를 걸러내는 세탁망의 모습

사진 출처| 파타고니아 페이스북


타이어의 경우 미세먼지도 잡고 미세플라스틱도 잡고, 근본적 자동차와 이혼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심할 때는 차량 2부제 실시하라! 실시하라! (머리띠 두르고 투쟁 모드...)

국내에서는 먹는 물이나 홍합 등의 수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어 이슈가 되었다. 아직까지 생태독성이 문제지, 건강 위해도는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이제야 떠오른 문제라 연구가 부족하고, 극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위해도 평가가 되지 않은 상태다. 표층에 떠오는 미세플라스틱보다 수층을 부유하거나 바닥에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은 것도 우려스럽다. 국립환경과학원 이재호 연구관에 따르면 한강 표층수에는 톤당 10개, 그러나 그 아래 수층에서는 100개가 검출된다고 한다. 어쨌든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하수처리장에서 95%에 달하는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이 제거된다. 멤브레인 필터가 장착된 고도 하수처리장의 경우 제거율이 더 높은데, 서울시의 경우 고도 하수처리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먹는 물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현형과 대책 토론회 모습 (2018. 1 17) 


그런데 말입니다. 처리가 안 된 5%만 쳐도 총량이 워낙 어마어마해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빠져나간다. 연간  약 100억 개(약 627킬로그램)이 서해안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그리고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진 95%의 미세플라스틱은 여전히 슬러지에 남아있다. 슬러지 오염원은 어떻게 할꼬. 매각과 소각, 혹은 재활용? 결국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봉착한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수산물뿐 아니라 소금, 설탕, 꿀, 사료 등에서도 검출되고, 심지어 북극에서도 나온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하수처리장에서 가장 제거율이 낮은 미세플라스틱 종류가 페트병이나 용기 등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쪼개져 나온 플라스틱 파편(fragment)이다. 암만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술을 발전시키고 처리장을 잘 만들고 관리를 철저히 해도 지금처럼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다면 별 소용 없다. 참고로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연간 97kg으로, 북미나 유럽보다 많다. 

그러니, 닥치고 플라스틱을 사용을 줄여야겠다. 특히 사용하는데 5분 걸리고 분해되는데 500년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반드시.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