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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변신은 무죄, 프론 프로젝트 (plarn project)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7. 20.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변신은 무죄, 프론 프로젝트 (plarn project)


플라스틱 비닐봉지로 실을 만들어 생활용품을 만드는 프론 프로젝트. 

지금껏 내가 봤던 플라스틱 비닐봉지 재활용 작품 중 제일 핫해핫해! 

실용성 ★★★★★

심미성 ★★★★★

용이성 ★★★★★


언젠가부터 '비니루' (폐비닐)을 재활용품으로 따로 모으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필름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들어간 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그 과정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교과서적인 훈계나 마찬가지.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한 거북이가 이를 먹고 죽거나, 알바트로스 새와 고래의 위장을 꽉 채운 비닐의 모습이다.


사진출처| 비주얼다이브 visual dive


여분의 에코백을 들고 다녀서 왠만해서는 비닐봉지를 받지 않지만, 장바구니를 써도 비닐봉지는 꾸역꾸역 기어나온다. 아이스크림 봉지, 과자 봉지, 빵 봉지, 비오는 날 신문이나 우산을 싸는 비닐, 잡지 포장지, 음식 포장지, 화장품 포장지, 비닐 멀칭, 김장 비닐 등 뭘 사도, 뭘 해도 비닐류가 나온다.  

재활용으로 분리수거한 비닐도 문제가 된다. 재활용 시설의 분류장치에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섞여 있을 경우 하루에 12번 이상 기계를 멈추고 엉킨 비닐봉지를 제거해야 하고, 기계가 고장나기도 한다. 비닐봉지는 재활용 계의 골칫거리, 플라스틱 계의 문제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노스캘로라이나의 한 재활용 센터에서 일하는 캐롤은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 비닐봉지를 잘라 플라스틱 실을 만들고 그 실을 엮어 생활용품을 짜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플라스틱 실타래(plastic yarn)를 줄인 프론(plarn)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플라스틱 실로 짠 생활용품 사진


그녀는 자원봉사자들과 모여 플라스틱 실로 노숙인을 위한 코바늘 매트를 짜보았다. 노숙 시 침낭을 깔아도 겨울철 몸의 절반 이상이 체온보다 낮은 지면에 닿고 그 결과 저체온증에 걸리게 된다. 황인숙 시인은 『인숙만필』에서 '머리가 띵해지도록 추운 날' 길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인을 보며 "불운한 사람들의 유일한 도피처인 잠조차 최소한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독한가? 우리는 악독한 추위처럼 독하다. 그런 거 같다. 죄 없이 벌받는 사람이 많은 겨울이다. 죄 많은 겨울이다."라고 썼다. 겨울철 몇 겹의 종이박스 혹은 두꺼운 깔개 위에 누워있는 노숙인을 보면 절로 황인숙 시인의 시구를 곱씹게 된다. 독한 마음을 먹고 모른 척 외면하지만 죄책감이 매서운 겨울 바람처럼 마음을 춥게 한다. 하지만 노숙인들은 적절한 깔개를 구해서 보관하고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종이박스는 들고 다니기에 무겁고 부피도 크며 물에 젖는다. 폐지 줍는 분들께 뺏기지 않도록 잘 숨겨야 하고 말이다.  


캐롤이 비닐매트를 짜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ww.earthisland.org/journal/index.php/elist/eListRead/recycling_headache_offered_opportunity_to_help_the_homeless/


플라스틱 실로 짠 비닐매트는 정말, 딱이다. 비닐이라서 그 무엇보다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청소하기 편하고 방수가 되며 빈대나 벌레가 꼬이지 않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사람이 누을 수 있는 크기의 비닐매트는 약 2.3kg의 무게에 불과하지만, 500~700개의 비닐봉지가 필요하다. 결국 이렇게 많은 비닐봉지가 매립지에 묻히거나 소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씀. 

노숙인 비닐매트를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캐롤은 3가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1. 만들기 쉬워?

코바늘 꼬꼬마 초보의 실력으로 떠서 비닐 매트 완성! 클리어. 


2. 사람들이 좋아할까?

대중교통에서, 줄 서서 기다리면서, 공원에서 비닐매트를 짜면 그 알록달록한 비니루 색을 보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다가와서 물어봄!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인기만점. 클리어. (본디 단순한 손노동 작업은 일상의 명상, 정신적 치유 활동 아니던가.) 


3. 어떻게 나눠주지?

재활용 센터가 비닐봉지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자원봉사자들이 플라스틱 실을 만들고 그 실로 비닐매트를 짜면 그것을 경찰이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협업 체계 구축! 클리어.  

단, 한 개의 비닐매트를 만드는데 15~40시간이 걸릴 정도로 노동력 집중 활동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다. 머리털로 가발 만드는 경공업에 필적하는 노동력을 요하는 듯. 그러므로 여러 명이 모여 노동요를 틀어놓고 복잡한 생각일랑 훌훌 털어버린 채 공동작업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좋겠다. 노숙인 비닐매트를 짜기 전에 '마이너스 손'인 내가 빨래 바구니를 하나 짜서 진짜 만들기 쉬운지 검증해보아야지! 이번 여름휴가에 할 일이 생겼구나. ㅎㅎ 



비닐봉지로 플라스틱 실을 만들고 코바늘 뜨기로 비닐매트 만드는 방법 




노숙인을 위한 프로 프로젝트 가이드북

http://www.greensboro-nc.gov/modules/showdocument.aspx?documentid=33652

기사 출처

http://www.earthisland.org/journal/index.php/elist/eListRead/recycling_headache_offered_opportunity_to_help_the_home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