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cursion

[모로코 메르주가]파티마의 집_사막에서 수영하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1. 29.



모로코 여행은 세 가지 코스로 나뉜다. 

1) 마라케시-메르주가-페스로 이어지는 서사하라 사막투어

2) 카사블랑카, 탕헤르, 에사위라 등으로 이어지는 지중해와 대서양 휴양 여행

3) 베르베르인 마을을 찾아 다니는 중부 아틀란스 산지 여행

세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딸기의 오들오들 매거진에 잘 나와 있다

http://ttalgi21.khan.kr/4059   

 

아는 척 했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 찾은 정보일 뿐, 여행 당시에는 모로코 여행=사막투어인줄만 알았다마라케시(Marakesh)에서 장장 12시간이 넘게 달리는 버스를 타고 사막이 시작되는 메르주가(Merzouga)에 내려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버스 터미널에서 백언니들이 왜 에사위라(Essaouira)로 가는 버스에 우르르 탔는지 알겠다! 기름을 이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듯한 한여름 사막투어는 도시락 싸 들고 댕기며 말리고 잡다! ‘백언니따라 나도 지중해 바람 맞으며 해변에 누워있고 잡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뭔 놈의 사막 타령 했었다냐.

 

이거슨 20킬로의 배낭을 짊어지고 발가락에 물집 터져가며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고행이라 할 수 있겠다. (산티아고가 코 앞에 있는 폰테베드라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도 순례길 쪽에는 눈길도 안 주는 취향입니다만) 마르고 뜨거운 공기를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허파가 바짝바짝 졸아들고 피부는 미라처럼 푸석푸석 건조되어 간다. , 메르주가에서 오일 밤낮을 보내면 신선국에 끌려가 5일을 보내고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왔더니 이미 50년이 훅 가 있더라의 피부가 된다. 오밤중에도 온풍기 바람보다 더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정신과 육체를 강타한다. 세상에나, 이런 땅을 헤매며 수천 년의 생을 이어온 베두인과 베르베르인을 존경하는 마음까지 솟구친다. 그런들 어찌하리, 저런들 어찌하리, 나는 여그서 엿새를 보내기로 비행기와 숙소 예약을 이미 끝냈거늘. 얄리얄리얄라성.





모로코 메르주가 숙소 '파티마의 집' 모습


내 친구는 사막에 반해 열흘도 짧기만 했다는 블로그 글들을 내세우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내 소원이 격하게 아무 것도 안 하는 거였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정말이지, 한낮에는 격하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했다가는 열사병으로 오동나무 관에 들어가고 말리라. 그리고 이 동네에는 서사하라 사막 말고는 갈 곳이 암 데도 없다... 육일 밤낮을 똑 같은 숙소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대 먹었으니 말해 무엇하리. 아아. 이 수많은 밤낮은 어디에다 쓰는 물건이고

 

아마 우리 숙소가 황제궁스럽지 않았다면 오박육일은 열사의 감옥이 되고 말았을 테다. 이 닷새의 밤을 의탁한 숙소는 바로 파티마의 집(Camp and Restaurant of Fatima).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수영장이 있는 카페로, 카페로 사용하는 건물이 바로 숙소 로비요, 그 주변의 독립된 별채들이 손님들이 머무는 숙소다. 말 그대로 대문 따로, 현관문 따로, 마당 따로의 독립된 별채로, 내가 묵었던 그 어떤 숙소보다 넓다. 부엌, 거실, 화장실, 샤워실, 기도실, 침실로 이루어진 숙소라니, 너무 황송하잖아. 나는 베르사유 궁전 내부에서 본, 5개의 방이 한 세트였던 공주의 아파트망을 떠올렸다. 침실에 달린 에어컨은 쌩쌩 제 구실을 하고, 음식 이 인분의 양은 둘이서 다 못 먹을 정도로 푸짐하고, 주인장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상냥하고 온화하다. 사막에 여행 온 일본 여자를 만나 결혼한지 7년 되었고, 그 결과 귀여운 사라라는 딸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격하게 아무 것도 못해서 밤에 잠도 올 것 같지 않은 날들을 책임져준 수영장이 있다! 45도에 이르는 한낮에는 수영장 그늘에 콕 박혀 수영을 하고 말리고 다시 수영을 하고 말리고의 시간을 보냈다. 사막 한 가운데 수영장이라니, 사치빤스라고 생각했지만 뭐 어쩔 수가 없다. 어쩌면 각자 방에서 열기에 고문당하는 에어컨을 돌리느니 수영장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나을지도. 한국인, 일본인에게 유명한 알리네숙소에 머무는 여행객들도 낮이면 파티마의 수영장에 몰려들었다. 덕분에 나는 하소연 할 사람이라도 만나서 얼마나 좋았는지!(다들 길어야 3일 있다가 떠났다...)      


모로코식 샐러드


아침식사 

리셉션, 카페, 수영장 건물은 50미터 밖에, 이 건물은 나 혼자 쓰는 단독주택 숙소임 -_-

단독주택처럼 한 채씩 있는 숙소 (문들 뒤로는 각각 방이!) 

이슬람 국가의 숙소답게 기도실도 구비되어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수영장

 

대개 미리 숙소에 연락해놓으면 버스에서 내릴 때 사람이 데리러 나온다.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로 오는 버스는 하루에 한번, 아침 8:30에 출발하므로 도착시간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숙소에서 시간을 맞춰 나온다. 웬만한 숙소는 버스 내리는 곳에서 300m 이내에 있고 모로코의 그 흔한 삐끼조차도 없다. (사막 외에 갈 곳이 없다는 말은 과장이라고는 한 푼어치도 보태지 않은 현실이랍니다.)

 

파티마 숙소 곳곳에는 고양이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닌다. 새끼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는 한낮에는 화장실 타일에 붙어 누워 햇빛을 피하고, 저녁에는 수영장에 나와 수영장 물을 홀짝홀짝 들이켠다. 고양이는 전갈을 잡아먹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사랑 받는다고 한다. 수영장 뒤편 헛간에는 혹서에도 잘 견디는 염소와 양들이 열댓 마리 살고 있다. 양이 많아 못 먹고 남긴 빵들을 줬더니 아주 잘 먹는다. 특히 모로코는 수박과 멜론 등이 어마무시하게 단데(과일만 많이 먹고 와도 남는 장사), 참외처럼 생긴 수박 크기의 노란 멜론은 정말 맛있다. (현지어로 레마눈이라고 부른다.) 이 노란 멜론의 껍데기를 주면 염소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너도 맛있냐, 나도 맛있다. 염소가 껍질을 받아먹을 때 손에 염소의 입술이 닿는데 아기 살처럼 보드랍다.




물기가 있어 조금이라도 시원할라 치면 고양이~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코 자는 고양이


저녁 무렵, 물 먹으러 왔단다 왔단다



염소와 양들이 노란 참외 레마눈의 껍질을 받아먹는다.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들어서 가져왔다고. ㅎㅎ


파티마의 집 하룻밤 가격은 2016년 여름 기준, 20유로다.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 식사 포함해 20유로인 알리네 보다는 살짝 비싸다. 하지만 쌩쌩 잘 돌아가는 에어컨과 다른 숙소 여행객들도 피신하는 수영장을 생각하면 그 정도  웃돈이야 뭘. 게다가 투숙객들에게는 샌드보드와 스키 렌탈이 무료다. (렌탈비는 일인당 10유료=100디르함) 말이 보드지 썰매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썰매가 그렇듯 아주 신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 7시 정도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1시간 정도 타면 좋다.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면 파티마의 집과 사막투어는 예스, 그러나 오박육일은 절래절래


 스키장에서 쓰는 장비와 똑같지만 눈이 아니라 모래바닥 슬라이딩!



파티마의 집 예약 이메일

lavienomad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