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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살림이야기 친환경도시살이] 나눌수록 더 커지는 세상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1. 15.


살림이야기 9월호 원고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629


[ 친환경 도시살이-공유경제 이용해 여행하자 ]

나눌수록 더 커지는 세상

글 고금숙 _ 만화 홀링




자동차 8만 대가 시동을 켤 때 나오는 탄소를 한 번에 내뿜는 반환경적인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 하지만 국내 여행과는 사뭇 다른, ‘세상의 모든 고독’에 담금질되는 해외여행을 포기하지 못한 나는 대신 공유경제를 이용하기로 했다. 현지인의 자전거, 자동차, 집을 나눠 쓰면서 자원을 아끼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림하는 여행자’를 꿈꾼다.


언제든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요리해 먹고 세탁비 없이 빨래를 돌려 마음껏 널어 둘 수 있다. 또 집주인에게 직접 맛집과 클럽 정보를 얻고 공짜로 자전거를 빌려 타는 등 현지인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적게 들고 현지 경험은 풍부해져


여행에서 접한 첫 번째 공유경제는 공공자전거 ‘시티바이크’. 파리, 베를린,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등에는 가로등처럼 공공자전거가 서 있고 자전거도로도 잘되어 있다. 보증금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반납만 잘하면 고스란히 환급된다. 머물 수 없되 정주하는 감성을 가진 체류 여행을 원한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만 한 방법이 없다.


두 번째,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나는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 등 장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블라블라카’(blablacar.com)를 통해 카셰어링을 했다. 고향으로 가는 대학생, 출장 가는 가톨릭 사제, 축제에 놀러 가는 영화감독의 차를 얻어 탔는데, 이들은 이왕 가는 길에 남은 좌석을 공유하여 약간의 돈도 벌고 새로운 사람도 만난다. 나 역시 고속버스나 기차 요금의 반값 정도만 내면 숙소까지 데리러 오고 다음 숙소 앞에 내려 주는 이 편리한 공유 자동차의 열렬한 이용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한’ 숙박 공유! 여행지에서도 살림을 하고, 할 줄 아는 그 나라 말이라곤 “감사합니다”밖에 없는 곳에서 자연스레 아는 사람이 생기는 경험. 숙박 공유는 카우치서핑과 웜샤워 등 금전적 대가가 오가지 않는 호혜적 형태, 에어비앤비와 코자자 등 유료로 거래되는 상업적 형태, 여행 기간 동안 비는 집을 서로 바꿔서 생활하는 집 스와프가 있다. 근 2~3년 동안 우리 집에는 한 달에 2~4번 카우치서핑을 통해 여행자가 왔다. 하루하루가 무료해지는 때, 모든 것이 낯설고 궁금한 여행자의 기운에 은혜를 입어 일상을 여행자처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집에 머무는 여행자는 일반 숙소에 머물 때처럼 생수와 끼니를 사 먹지 않고, 수건과 시트를 갈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대신 냉장고 속 생협 재료로 ‘집밥’을 해 먹고,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에 놀라며 그에 따르고,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서 현지인의 일상을 공유한다.

 

 


후기 꼼꼼히 보고 호혜적 형태 고르자


이런 경험에 기대 유럽 여행 숙소를 잡을 때도 되도록 숙박 공유를 고집했다. ‘현지에서 살아 보는’ 체류 여행에 로망이 있었으니까. 때론 비슷한 조건의 호스텔보다 약간 더 비쌌지만, 외식이 비싸고 식재료가 싼 여행지에서 집밥을 해 먹는다면 결국 남는 장사다. 언제든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요리해 먹고 세탁비 없이 빨래를 돌려 마음껏 널어 둘 수 있다. 또 집주인에게 직접 맛집과 클럽 정보를 얻고 공짜로 자전거를 빌려 타는 등 현지인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공유 숙박을 고르는 기준은 다른 이들이 남긴 후기인데, 당연히 후기가 많고 평가가 높을수록 좋다. 특히 나와 비슷한 기준을 가진 한국인이 남긴 후기, 대체로 좋은 점수를 주는 해외여행자가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인 자국 여행자의 후기를 중요하게 본다.


그러나 요즘 상업적 형태의 숙박 공유는 원래 목적인 사회적 관계와 호혜, 그리고 남은 공간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벗어나 돈을 쫓는 사업으로 전락한 거 같다. 임대인을 내쫓아 공간을 만들고, 발생하는 수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 보니 집주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이메일로 매뉴얼을 전달받아 우편함에서 열쇠를 찾고, 이웃 주민에게는 집주인의 친구라고 말하라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일주일에 두어 번 청소와 정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써서 집을 관리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처음 목적을 잃는다면 이를 공유라 할 수 있을까? 다음 여행에서는 금전 거래 없이 내 공간에 다른 여행자가 살고 나는 또 다른 여행자의 집에 머무는 집 스와프를 해 보고 싶다. 아, 다음 여행 언제 가지?

 

 





숙박 공유 관련 누리집
카우치서핑(couchsurfing.org): 현지인은 방을 내놓고 여행자는 무료 숙박을 청하는 사이트. “이 한 몸 뉘일 수 있다면 소파도 좋다!”
웜샤워(warmshowers.org):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무료 숙박 공유 사이트. “우리 집에서 따뜻한 샤워를 누리세요.”
공유허브(sharehub.kr/category/list/lodging): 유료 숙박 공유 정보 플랫폼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com/en), 러브홈스와프(lovehomeswap.com): 집 스와프 정보 플랫폼

 

 


↘ 고금숙 님은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철딱서니 없는 비혼입니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에서 일하며,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펴냈습니다.
↘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