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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유럽 여기저기,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FSC 마크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1. 15.

석 달간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심심치 않게 만났던 마크가 있다. 사실 조사차 출장간 거 아니고, 적금 박살내고 내 돈으로 놀러 간 거라 오기로라도 과 관련된 건 안 보고 안 듣고 그저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찍혀 있으니 안 보래야 안 볼 수가 있남~ 함부르크에서 끊은 기차표에도, 산세바스티안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킨 물병에도, 세비야의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에도, 뮌헨의 슈퍼에서 건네준 영수증 뒷면에도, 마드리드 미술관 안내 브로슈어와 표에도 이 마크가 살포시 찍혀 있었다. 그 마크는 바로 지속가능산림 인증마크(FSC).



마드리드 카이샤포럼 브로슈어와 입장권에 찍힌 FSC 마크 

함부르크 기차표 뒷면에 찍힌 FSC 마크

레스토랑에 주문한 물병에 붙은 라벨의 FSC 마크

세비야 지도에 그려진 FSC 마크

FSC 마크는 아니지만 식당 종이매트에 적힌 100% 재활용 표시 

것 또한 뭔 표였는데 까먹음 -_-

 

지속가능산림 인증마크는 무자비하게 나무를 베어내는 곳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관리되는 숲에서 나온 목재를 사용한 제품에 부여된다. 1993년 산림전문가, 산림지역거주자 대표, 그린피스와 WWF와 같은 환경단체, IKEA 같은 거대 소비업체가 모여 환경적으로 적절하고,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림관리를 목표로 산림관리위원회를 결성한다. 그리하여 이 위원회에서는 원시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법과 규모로 벌목되고 지역주민 및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에 인증마크를 발급하기로 한다. FSC 인증마크제도가 실시된 후 3년 동안 55개의 파트너 사와 3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FSC 기준에 맞춰 진행되면서 인쇄업계와 종이유통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놓고 찾아도 FSC 마크를 단 제품을 많이 보지는 못했었다. 핀셋에 찔린 손바닥에서 한 방울 나올까 말까 할 만큼 적은 양이랄까. 그럴 수밖에.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SC 인증 수는 2011 12월 기준 총 161건으로 아시아권에서 중국(1827), 일본(1130), 홍콩(396), 베트남(254), 인도네시아(172) 다음으로 다섯 번째를 기록하며, 아시아 총 인증건수(4605)의 약 3%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경제수준과 규모가 한국보다 아래인 베트남, 인도네시아보다도 그 인증 수가 적고 (세계가 아니라) 아시아 인증건수의 단지 3%를 차지할 뿐이다2008년 이후 FSC 인증이 급속히 증가하였다고 하는데, 증가해서 이 수준이니 그 전에는 얼마나 적었겠냔 말이다. 당연히 못 찾아보지.

 

유럽이라는 선진국을 말할 것 같으면 쓰레기 분리수거는 도통 찾아볼 수 없고, 노상방뇨는 어찌나 해대는지 인도처럼 으슥한 길가마다 찌릉내가 나고, 간접흡연 걱정일랑 담배 연기에 날려버린 채 안팎에서 담배를 펴대며, 담배꽁초는 오드리 햅번이 트래비 분수에 동전 던지듯 거리낌없이 길가에 던져버린다. 다들 쿨하셔서 그런지 욕도 안 쳐먹는다이렇게 개인적 행동만 따지면 시방 요거이 선진국이랑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개인을 닦달하기보다 기업과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에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선진국' 찬양병이 도질라 한다. 


도시락 싸가지고 댕기며 시켜도 종이 분리수거 따위 안 할 것 같은데, 엄청난 양을 소비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종이 제품에는 어김없이 FSC가 찍혀있다. 개인에게 분리수거를 강조하고 재활용 종이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좋지만 (나가 작아의 재활용 종이 캠페이이 하도 좋아서 내 페북에 공유도 하고 그랬당께),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별 관심 없어도, 애초부터 숲을 잡아먹지 않는 재료로 만든 제품만 제공하는 구조란 얼마나 '중헌가'. 그런데 우리는 개인들에게 분리수거 마구 시킨 다음 이거 모아다가 한꺼번에 폐기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 의심쩍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개인들에게만 의무감을 지우며 '착해빠진' 환경운동을 한 걸까, 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착해빠지기만 한 캠페인도 안 하는 것보다 낫고, 개인적 실천이 그 선상에서 멈췄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들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 같은, 4대강 공사 반대 등의 이슈 파이팅만 할 경우 사람들이 느낄 피로를 생각해서 말랑하게 표현한 거지, 여전히 환경단체는, 그리고 그를 실천하는 개인들은 판도를 바꾸는 데도 촉수를 뻗치고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구조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개인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두 영역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영 다른 영역도 아니다. (현실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성별 행동이 정형화되지도 않을 뿐더러, 제 3의 성도 있습니다요) 그럼에도 이 노력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난 20여년 간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는 쪽이 더 쿨하게’ 여겨지며 균형추가 그쪽으로 기울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 딱딱하고 덜 재미나 보이지만 여기저기 찍혀있는 유럽의 FSC 마크처럼 업계의 판도를 바꿔나가면 어떨까. 환경운동의 균형추가 비즈니스를 바꾸고 그건 안 돼, 하고 제도를 바꾸는 영역에 좀더 실리면 좋겠다. 뭐, 이건 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도 어쩌다 보니 지속가능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 숲을 파괴하지 않는 것쯤이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는 환경. FSC를 마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고한 글 

http://s-space.snu.ac.kr/bitstream/10371/81246/1/%EA%B5%AD%EB%82%B4%20CoC%20%EC%82%B0%EB%A6%BC%EC%9D%B8%EC%A6%9D%EC%9D%98%20%ED%98%84%ED%99%A9%20%EB%B0%8F%20%EC%9D%B8%EC%A6%9D%EA%B8%B0%EC%97%85%EC%9D%98%20%EC%9D%B8%EC%8B%9D.pdf

 

http://www.unep.or.kr/sub/sub05_01_02.php?mNum=5&sNum=1&boardid=tunza&mode=view&idx=378

 

http://www.makehope.org/%EB%8F%85%EC%9D%BC-%EC%9E%84%EC%82%B0%EA%B0%80%EA%B3%B5%EB%B6%80%EB%AC%B8-%EC%B9%9C%EC%82%AC%ED%9A%8C%EC%A0%81-%EC%B9%9C%ED%99%98%EA%B2%BD%EC%A0%81-%EA%B8%B0%EC%97%85%EB%93%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