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 life

작고 느린 상점, 작고 느린 동네 산책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3. 7.

도시와 나누는 특수한 방식의 대화' 동네 산책  


동네 산책을 좋아한다고 골백 번도 더 고백한 듯하다. 여기저기 말로, 여기저기 긁적이는 글로. 나란 인간이 정적이고 심심한 체질이라 동네를 자전하듯 도는 일상을 '루틴'하게 돌고 있어서인지, 정말로 내가 사는 연남, 서교, 망원동 라인이 다른 동네보다 산책하기 좋아서인지는, 언젠가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산책'이란 흙과 자연을 벗해 신선한 공기 맞으며 시골 오솔길을 걷는 프로방스 풍은 아니다. 소설가 김영하 씨가 도쿄를 여행하면서 묘사했던 도시 산책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쇼핑은 백화점의 쇼윈도 사이를 돌아다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작고 아름다운 가게를 발견하면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가 구석에 앉아있는 주인과 눈인사를 나눈 후, 그가 섬세하게 배열해놓은 물건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거닐다가 다시 주인과 눈을 맞추고, 가게 밖으로 나와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조금 전에 본 물건들을 되새겨보고는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하는, 그러다가 또 새로운 가게에 들어가 조금 전의 절차를 반복하는, 그런 쇼핑을 사랑한다. 그것은 쇼핑이면서 동시에 산책이고 산책이면서 동시에 도시와 나누는 특수한 방식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여행자 도쿄』 283쪽



나는 이런 마음으로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동네 가게는 반드시 들어가본다. 월급을 타면 쪼르르 들려 책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는 <책방 만일>의 '루틴'에서 발견한 작고 새하얀 가게.  이름도 '작은방 작업실'. <책방 만일>의 골목은 <스몰커피>, 식빵집 (거기 이름이 뭐드라?), <루루플로룸 lulu floroom>, <작은방 작업실> 등의 가게가 들어서면서 오래된 동네 슈퍼와 세탁소, 철물점들과 잘 어울러져 있다. 오래된 가게들과 새로운 가게들이 천천히 속도를 맞춰,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는 네 개의 손처럼 각자 움직이면서 소박하고 보기 좋은 골목 풍경을 조율해낸다.



나도 초록이 좋아

녹색당도 좋아



창밖에 비치는 동네 슈퍼의 모습


석고 방향제와 종이로 만든 아로마 오브제


나무 오르골




뜨개질 한 손카드 (메리 크리스마스!)




드림 캐처





유리케이스



가게 언저리에 자리 잡은 작가의 작업공간 


작업공간 칸막이


셀렉 그림책과 잡지, 그리고 사진 엽서



느낌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고 느린 상점' <소쿠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듯.

사진은 소쿠리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