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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살림이야기] 보온 물주머니 유단포(탕파)와 룸텐트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 13.

사무실 활동가 '복코'가 약 2주 동안 입원과 치료를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하였습니다. 무슨 병이냐고요? 글쎄 에너지 절약과 대안생활을 위해 보일러를 낮게 틀고, 보온 물주머니 '유단포(탕파)'를 안고 자다가 다리에 저온화상을 입었다는 말씀. 저온화상은 자기도 모르게 피부 깊숙이 파고 들어 피부 조직이 죽고 염증이 깊게 생길 수 있어요. 화상 전문병원에 갔더니 세상에나, 의사 선생님 성함이 '허 투더 준'!! 바로 명의 '허준' 님 되시겄습니다! 그분께서는 자기를 어디서 보지 않으셨냐고 지그시 말씀을 건네셨는데, 요즘 핫팩과 보온 물주머니로 화상을 입은 사람이 많아 텔레비전 인터뷰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계셨습니다. 그만큼 저온화상이 많은 시츄에이션! 대안생활하다가 몸도 상하고 돈도 더 쓰고!! (애니웨이, 복코 상의 복귀 환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간 유단포를 애정애정~ 써 온 저는 여전히 테디베어를 내팽겨치고 유단포를 꼬옥 안고 잡니다. 유단포 없는 겨울은 수영복 없이 놀러간 실내 수영장과 같아요. 잘 때 내복 꼬옥 껴 입어 파자마나 수면바지가 올라가도 맨살에 유단포가 닿지 않도록 절대 주의!하세요. 저온화상만 주의하면 난로로 부비부비하는 듯, 따뜻함을 느끼실 수 있어요. :)























2016년부터 한살림의 소식지 '살림이야기'에 친환경 도시살이 연재를 합니다. 첫 코너로 '보일러에 돈이 울고 추위에 몸이 울고: 보온 물주머니, 룸텐트로 포근한 겨울나기'가 실렸습니다. 그럼 유단포를 안고 있는 것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를!

[ 친환경 도시살이-보온 물주머니·룸텐트로 포근한 겨울나기 ]

보일러에 돈이 울고 추위에 몸이 울고

글 고금숙 _ 그림 홀링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며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쓴 고금숙 씨가 이번 호부터 도시에서 친환경적으로 사는 소소한 지혜를 연재한다. 이번 겨울에는 난방비를 줄이면서도 겨울을 따스하게 나는 소소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단열재와 창호 보강이 최고이지만, 자기 집이 아닌 경우에 거금을 들여 공사하기가 쉽지 않다. 보온 물주머니와 룸텐트, 뽁뽁이와 틈마기로 전셋집 겨울나기에 도전해 보자.

 

 

 

 

낭만이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 없는 내게도 소녀적 취향을 간직한 단 하나의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테디베어 인형이다. 곰 한 마리를 안고 폭삭폭삭한 잠에 빠지는 시간이란. 하지만 겨울에 곰은 장롱 속에 고이 처박힌다. 곰 인형보다 따뜻하고 몰캉몰캉하고 온기 서린 물건을 껴안고 자는데, ‘탕파’나 ‘유단포’라고 불리는 보온 물주머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난방비를 줄이면서도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최고의 방법은 고효율, 고기밀 단열재와 창호를 설치하는 것이다. 한번 데워진 실내공기가 외부 온도에 영향 받지 않고 제 온도를 유지한다. 문제는 단열재와 창호는 ‘뽁뽁이’처럼 저렴하거나 간단하지도 않고, 미니 태양광 발전기처럼 이사할 때 싸들고 갈 수도 없기 때문에 ‘내 집’이 아닌 한 덤벼볼 수 없다는 거다. 보일러를 계속 돌리자니 돈이 울고, 춥게 살자니 몸이 울고, 이거 참.

 

공간이 좁을수록 적은 에너지로 쉽게 따뜻해진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칸막이나 커튼을 쳐 분리하고, 생활하거나 잠자는 공간에 실내 룸텐트를 설치하자.

 

 

리필용 세제 통에 뜨거운 물 붓고 천주머니로 싸서 안고 자기
나는 퇴근 후 3~4시간 정도만 난방을 하고 자기 전에 보일러를 꺼 버린다. 집에는 온수매트도 없고 무서운 기세로 전기를 잡아먹는 전열기도 없다. 게다가 전기매트를 깔고 자면 몸이 찌뿌듯하다는, 전자파에 민감한 친구랑 같이 살아서 전기매트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보일러가 꺼진 겨울밤 2.4ℓ의 물을 펄펄 끓여 3ℓ용 탕파에 넣은 다음 곰 인형처럼 부들부들한 천 주머니에 싸서 안고 잔다. 아침에 일어날 즈음까지 탕파는 온기를 머금고 있다. 잠에서 깨서는 탕파 안의 따뜻한 물을 세면대에 부어 온수를 틀지 않고 세수한다.
태양열 온풍기나 촛불 온풍기, 화목난로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은 난방용 적정기술 중 이토록 간단하고 싸고 효과가 좋은 방법이 어디 있으랴. 단, 2ℓ 이하 탕파는 새벽이 되기 전에 온기가 식고 2.6ℓ 이상 물을 넣으면 너무 무거워 잘 때 벽돌에 눌리는 듯하다. 피부에 직접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도톰한 파자마를 입는다.
탕파는 몸에 좋지 않은 PVC 재질이 아닌, PP(폴리프로필렌)나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것을 고른다. 나는 동네 재활용함에서 주운 리필용 세제 통에 뜨거운 물을 붓고 천주머니에 넣어 탕파로 이용한다. 이 경우 비닐이 얇아 뜨거운 물에 터질 수 있으니 먼저 찬물을 약간 넣고 용기가 꽉 차지 않게 물을 채운다.

 

 

자주 사용하는 공간에 ‘룸텐트’ 설치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방법들이 여럿 있다. 공간이 좁을수록 적은 에너지로 쉽게 따뜻해진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칸막이나 커튼을 쳐 분리하고, 생활하거나 잠자는 공간에 실내 룸텐트를 설치하자.
실내 룸텐트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외풍이 들이닥치는 오래된 집에 사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만든 것을 보고 개발되었단다. 웃풍이 심해 코끝이 시리고 손끝이 얼얼해지는 집이면 즉각 효과를 본다. 난방 공간을 최소화하여 온도를 잡아주므로 전기매트만 사용한 최소 난방으로 온도가 10℃ 높아진다. 인터넷에서 ‘룸텐트’를 검색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유리창에 ‘뽁뽁이’, 창호에 ‘틈마기’
냉난방 에너지는 유리창을 통해 적어도 30%를 뺏기므로 창호 보강이 중요하다. 유리창에 뽁뽁이를 붙이고 창호에 문풍지나 ‘틈마기’를 달자. ‘틈마기’는 냉장고 문처럼 고무 패킹이 달려 있어 강력하게 틈새 바람을 잡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먼지와 소음도 함께 막는다. 또한 창문이 달린 벽 전체를 다 감쌀 만큼 넓고 길게, 천장부터 바닥까지 드리우도록 암막커튼을 달자. 암막커튼은 블라인드나 일반 커튼에 비해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유리창 뿐 아니라 외벽으로 새는 공기도 막는다. 현관에 중문이 없다면 현관문 앞에 암막커튼이나 비닐 자석 문을 달고 출입문에도 ‘틈마기’를 사방에 붙인다.
겨울철 적정 온도는 18~20℃. 좀 으슬으슬하게 느껴지지만, 무릎 난로와 탕파로 보완하면 책 읽기 딱 좋고 건강까지 지키는 온도다. 여름에는 좀 덥고 겨울에는 좀 춥게, 계절에 몸을 맡기면 살도 덜 찌고 감기도 덜 걸린다.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 스스로 체지방을 태우고 면역력을 키운다. 실내 적정 온도가 비타민C만큼이나 감기에 효과가 있을지도! 이번 겨울, 보온 물주머니를 껴안고 좋아하는 사람과 고구마와 귤을 까먹으며 겨울밤 보내시길.

 

겨울철 적정 온도는 18~20℃. 여름에는 좀 덥고 겨울에는 좀 춥게, 계절에 몸을 맡기면 살도 덜 찌고 감기도 덜 걸린다.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 스스로 체지방을 태우고 면역력을 키운다. 실내 적정 온도가 비타민C만큼이나 감기에 효과가 있을지도!

 

 

 

↘ 고금숙 님은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철딱서니 없는 비혼입니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에서 일하며 얼마 전에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펴냈습니다.

 

↘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