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마음은 그러니까,
재개발 날짜를 코 앞에 두고 이주 개시일은 이미 한참 지나
위 아래 옆집 모두 이사 가버린 후 유리창이 쨍쨍 깨져나간 건물에
갈 곳이 없어서 버티고 남아있는 단 하나의 집만 같다.
BGM은 쓸쓸하고도 아스라한 느낌이 드는 이소라 목소리의 <Alone Again>.
무담시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만 같아서
집에 오는 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변함없는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며 나는 위로를 받았고
오늘의 비극적 기운에 압도되어
칠십이 넘은 엄마가 언젠가 돌아가시면 이럴 때 전화를 걸 엄마가 없을 텐데, 라며
애간장이 탔다. (평소에는 엄마랑 전화하면 완전 짜증 냄 -_-;;)
나는 덩그러니, 혼자, 자기 연민과 과도한 감정에 경도된 사람마냥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과 관계들이 결국 모두 날 두고 떠날 예감에 덜덜덜, 무섭다.
실로 오랜만에,
10여년 전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지고 혼자서 혼자 살던 반지하 방으로 돌아오던 그날 밤
골목길에서 쏟아지던 가로등 불빛을 보고 펑펑 눈물이 났던 그때처럼
마음이 쪼그라들 만큼 아파서 심장 부위가 실제로 뻐근하게 아팠다.
한 직장에 8년을 다니다 보면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오래 다닌 업보로 '난 사람'을 보내고 남겨진 사람이 될 수밖에.
사람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일은 일로 처리하고,
퇴근 후 직장과는 1%도 관계되지 않은 소시민적 일상을 누리는 게 인생의 가장 큰 낙이고
일과의 화합적 결합은 꾀하되, 물리적 결합은 결단코 피하며 살아왔건만
같이 일하는 동료가 떠나갈 때, 상처 받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실연 당한 기분은 안 들었는데,
오래 시간 동안 같이 '난 사람'을 보내고 같이 상처 받고 같이 고민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남아 있었주었던 사람이 떠날 거라는 말을 하니
나는 정말로... 버림 받았어...
낙엽은 떨어지고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언젠가는 엄마도 볼 수 없을 테고,
뭐, 알고 있지만
오늘 밤 내 마음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같은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황량하게 뒹구네.
이렇게 심하게 멘붕이 되다니,
내가 인지하던 것보다 훠얼씬 더,
일이 되어가는 꼴을 좋아했던 것 만큼이나,
같이 일하던 선배들에게 의존했고 마음이 많이 갔나 보다.
Alone, again.
사진: 깡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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