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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etc.

[망원동] 만일 우리 동네에 어슬렁 어슬렁 동네 서점이 있다면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5. 7. 9.




책방 만일


-위치|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399-46

-운영시간| AM11:00~PM7:30 (월요일 휴무)

-문의| 070-4143-7928

-SNS| http://twitter.com/bookshop_ifso




동네 친구가 망원동 책방 '만일'을 아느냐고 물었던 순간,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나는 월급 날이 되자마자 참새 방앗간마냥 동네 책방 '만일'에 쳐들어가

월급의 3%에 해당하는 책을 마구 고른다.

책방 '만일'은 망원동에 미리 당도하신 북유럽 복지국가의 자영업 빙의라도 한 듯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문을 닫기 때문에

퇴근에 칼을 뽑아들고 작당을 하고서 방문해야 한다.    

이토록 우아한 사치의 향연이라니. 

칼퇴에, 

한 달 노동한 대가로 받은 돈을 척 떼어 나에게 선물하는 책을 고르는 인생의 묘미란.


그리고 두근두근 책을 들쳐보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르고선

저녁을 차려먹고 내일 아침 먹을 야채주스도 준비해놓고 설거지도 다 마치고서

이제야 한 몸 뉘여 책을 열어보는

밤 시간은 바로 책 읽기 좋은 때. 



한밤중에 가만히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끊이노라면

온 세상은 적막한데 성근 종소리가 이따금 들려온다.

...

사람의 왕래도 끊고 서책만 앞에 가득하다. ...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귀에 들려,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로 벼루를 씻는다. 


책 읽기 좋은 때 <오직 독서 뿐>, 허균 



책방 '만일'

=

small press + local bookshop + 

selected themed + young writers + 

local artist + literature + 

social issue + art + 

critics + environment + magazine 

+ 독립 출판 

(만화도 있으면 좋겠네) 










동네 서점 '만일'에 들르기 전까지 나는 참으로 책을 안 사서 봤다.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즐거움으로 여겨,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들거나 전연 알지 못하였다”는 간서치 수준은 아니지만, 손에 읽을거리가 없으면 초조하고 불안한 금단 증상이 나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행갈 때도 여행가방의 절반을 책으로 채운다. (당췌 여행은 왜 가는데?)


예약 도서가 오면 문자를 쳐 주는 친절한 공공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친구들끼리 책 돌려보고 (끼리끼리 노니까 비슷한 책만 읽고!) 

책은 읽어본 후에 소장하고 싶은 것만 골라 구입하고 

일 년에 두 번 이상 손이 가지 않는 책은 처분하고  

빌려 읽은 책은 좋은 구절마다 인덱스로 표시해 놓고서 필사를 뜨듯 파일로 정리했었다.


그럼 내가 사랑하는 전업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 등등은 어떻게 먹고 사나.

그 죄책감을 덜어준 장소가 '만일'이 되었다. 

월급날이 되면 쪼르르 이 책방에서 책 3~5권을 사보되, 

다 읽고 나서 친구들과 바꿔 읽거나 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선물한다.

원하는 책이 구비되어 있지 않을 때는 미리 전화로 주문해놓고 며칠 후 찾으러 가면 된다. 

(도착 문자 같은 거 기대하지 마슈 ㅋㅋ 걍 넉넉잡고 4일 후 가면 됩니다!)

대신 책 읽기 모임에서 다음 책을 뭐 읽을지 모르겠을 때 

책방지기에게 물어보면 좋은 책이 좌르륵 추천된다고 한다. (또 내 친구가 알랴쥼) 





책방 만일 맞은 편에는 식빵만 파는 '루핑'인가 '루팡'인가 

암튼 간판에 토끼가 그려진 작은 동네 식빵가게가 있는데 오직 식빵만 판다. 

물론 7시 이후에 가면 문이 닫혀 있으니 또 '기대하지 마슈' 버전. ㅋㅋ

여긴 한국에는 아주 낯선,

나름 자영업 적정 노동시간이 실현되고 있는 곳들이니까. 

나에게 만일을 알려준 동네 친구는 그 사이 책방지기 중 한 명이 되었는데 

과연 실태는 어떤지 추적조사 들어가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