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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부엌] 헬렌 니어링 스타일의 부엌놀이2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7. 9.

겉멋 팍팍 낸 소박하지 않은 네이밍,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부엌, 그리고 소박한 부엌 리모델링" 디테일  


1. 되도록 비전력 부엌!

부드럽고 고분고분하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전기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살림하기.


휴롬이 아니라 강판에 야채를 갈거나 이빨이 멀쩡한 한 과일은 통으로 껍질 채 먹고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해동하는 대신 그때그때, 바로바로 싱싱한 음식을 간단히 해 먹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은 부엌에서 정중히 퇴출시키고 손으로, 가스불로 요리하기.
헬렌 니어링의 말처럼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시다시피 부엌의 전기용품이 3가지나 된다.

마음만 먹으면 전기밥솥, 전기 주전자, 미니 전기 오븐은 안 쓸 수도 있는데 쉬이, 포기가 안 된다.

미니 전기 오븐은 북센스 송주영 샘께서 쓰다가 주신 물품으로

토마토 위에 치즈 얹어서 구워 먹을 때, 아주 가끔 쿠키 해 먹을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잘 사용하지 않아서 남 줄까 했는데 룸메가 워낙 토마토 치즈 구이를 좋아해 집에 두기를 원했다.

(룸메가 전자레인지 사고 싶다는 것을

"그런 건 요리에 대한 예의가 없는 미쿡 문화에서나 일반적이지, 유럽에 가봐, 가정집에 전자레인지 별로 없다"며 고급문화 운운하며 전기오븐으로 타협했다. ㅎㅎ)



전기 밥솥은 엄마가 15년 전에 밥도 한 번 안 해본 딸을 서울에 보낸다고

남대문 시장에서 삼만원을 주고 사주신 거다.

가스레인지에 압력솥을 올려서 밥을 해 먹는게 맛도 좋고 에너지도 적게 들지만

엄마의 마음이 빨간 색처럼 다정하게 와 닿아서 계속 쓰게 된다.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전기밭솥은 원천적으로 '보온' 기능이 없다는 점.

일명 외쿡용 (유학생 용) 밥솥으로 취사만 된다.

요새 전기밥솥은 압력솥이라 밥 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 밥솥은 20분 안에 밥이 되므로 반찬 준비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만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밥이 남으면? 그냥 식도록 냅뒀다가 먹을 때 물을 살짝 넣고 다시 취사를 눌러 따뜻하게 데운다.


그런가하면 전기주전자의 입양 경로는 이렇다.

친구가 고장난지 알고 또 하나를 샀는데

이게 갑자기 기적적으로 다시 작동하는 바람에 졸지에 2개의 주전자가 생겨, 나에게 입양된 것.

그 동안 스댕 전기 주전자를 탐내고 있던 차, 재빨리 업어왔다. (사무실에서 직장에 기증하라고 난리임;;)

물이 끓으면 저절로 꺼지는 전기 물주전자의 유혹이 상당하다. 넘.편.리.해.

부엌에서 전기용품을 몰아내고 가스불만으로 감당하려 했지만

이래저래 3가지 전기용품이 남게 되었다.



부엌 전기제품을 안 쓸 때는 스위치를 곧바로 꺼 둔다.

지금은 밥 하는 중이라 전기밭솥 코드만 불이 들어온 상태.


전기 에너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 책정되어 있고

석유나 석탄, 우라늄을 에너지를 들여 가공해 만든 2차 에너지이다.

되도록 전기 에너지보다는 원료 자체인 가스나 석유를 쓰는 것이 낫다.

그런데도 부엌용품은 전기용품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전기를 안 쓰는 대체품이 있지만 좀 더 편하자고 전기밥솥과 주전자, 오븐을 포기한지 못한 마음에 파고들어

그닥 필요치도 않은 부엌용 전기제품을 계속 탐하게 한다.

안 그래도 부엌은 냉장고, 전기밭솥 등 단일 공간 중 전기제품이 제일 많이 사용된 곳이었는데

식기세척기, 오븐, 정수기, 도깨비 망방이 등이 늘어나면서 전기 사용량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전기 인덕션이 위험하지 않다고 유행인데 이거 에너지 차원으로는 참말로 몹쓸 짓이다.

한전은 전기 업체와 손잡고 식당에 인덕션 설치하도록 후원하는 모양이던데

차라리 전기 사용량 줄이는 노력을 해서 밀양 송전탑 공사나 강행하지 않으면 좋겠다.


특히 전기밥솥!

전기밭솥은 연간 사용량이 1,616 킬로와트에 이르는, 에너지 잡아먹는 하마로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중 연간 전력사용량 1위에 등극해있다.

이 놈의 전기 사용량이 에어컨, 전기 난로, 냉장고보다 더 높다.

보온 시간이 워낙 길고 열 내는 가전제품은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렇단다.

취사로만 따져도 연간 전력사용량 3위, 보온으로는 당빵 1위!!

밥은 필요한 양만큼 해 먹고 장시간 보온하지 않아야 한다.

밤에만 보온기능을 꺼 두어도 월간 약 30킬로와트가 절감되고 전기요금이 약 만원 줄어든다.
전기밥통의 '보온'이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 집 전기세는 이번 달 7,000원 나왔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필터만 있는 정수기.

'브리타 정수기'처럼 이런 기계식 정수기는 냉온 정수기와 달리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전기도 안 쓴다.

설치비도, 렌탈비도, 유지비도 없다.

캐나다나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의 집집마다 전기 정수기가 놓인 것을 보고 놀라워했는데

("왜 집에 업소용이 있어?" 라는 표정이었다.)

대차나 걔네들 집에 가보니 전기 정수기가 부엌에 떡 버티고 있는 집이 별로 없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대부분 브리타 정수기를 쓰고 있는 듯 했다.

만약 이미 집에 전기 정수기가 있다면? 전기 정수기의 플러그를 빼고 사용하면 된다.

필터를 통해 정수 기능은 문제없이 작동!

여름에는 물을 받아 냉장고에 넣고, 겨울에는 주전자에 필요한 만큼의 물만 데워 먹는다.

불편해도, 이게 바로 에코라이프. :)




정수기의 물통을 떼어내 바로 식탁에 올려 사용한 모습.

물통에 옮길 필요 없이 냉장고에 이 자체로 넣을 수 있다.

손잡이를 눌러 닫아주면 뚜껑이 되고 밀폐가 되니 밖에 들고 나가도 된다.



사용법은 허벌라게 간단.

싱크대 수도를 틀어 필터 위에 물을 부어주면 정수된 물이 아래의 물통에 채워진다.

물통이 플라스틱이라 좀 아쉽긴 하지만 찬물이니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오지는 않을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아이나 건강이 취약한 사람이 있다면 큰 도자기 옹기에 숯을 채우고 수돗물을 정화시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이건 뭐시다냐.

그토록 전기제품 없는 부엌을 강조했건만

전기 잡아먹고 일회용 플라스틱 캡슐을 쓰는 네스카페 커피머신이시다.

인간이란 바로 이런 동물.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은 머리로만 주입하고 몸은 편하고 맛나고 폼나는 것에 빠진다.

선물로 받아온지 두 달 째, 아까워서 포기가 안 된다.

모셔놓기만 해도 뿌듯한 이 잉여감은 뭐시다냐. -_-




가급적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주전자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겨울에는 핸드드립으로 부드럽게, 여름에는 에스프레스로 진하게 내려 얼음을 넣고 살랑살랑.

핸드드립에는 직접 만든 '융'필터를 사용하는데 빨아서 일년째 쓰는 중이다.


커피는 홀빈으로 두레생협의 공정무역 커피콩을 마셨는데,

요즘엔 '삼만엔 비즈니스'를 시작한 여성환경연대 20대 대표 칠월의 홈로스팅 커피를 주문한다.

(다단계로 돌변: 칠월표 커피는 www.feminist.asia에서 주문하세요~)


2.  냉장고에서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추방을 명한다.


그러나 나의 환경 독재주의를 염려하고
세상에서 돼지갈비를 가장 사랑하는 룸메를 위해 아주 가끔씩 돼지고기와의 상봉을 허한다. 
현미와 채소, 과일, 견과류는 상시 거주시키기.

 "과일 35%, 야채 50%, 단백질 10%, 지방 5%를 섭취"하라는 니어링 언니 말씀으로 건강을 챙기리~

3. "가능한 한 살아 성장하는 상태에서 수확해 즉시 먹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를 위해 이런 먹을거리를 준비해주었다. 살아있는 음식 즉 햇빛으로 익힌 음식이다."
by 헬렌 니어링


요새 깻잎까지 벌레의 습격을 받은 탓에 텃밭 욕구가 쓰윽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 부엌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부엌이니 (-_-;;)

베란다 텃밭도 다시 시작하고 서향이라 식물 키우기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작은 허브라도 키워

'살아있는 상태'로 잡아먹어야겠다. ㄷ ㄷ ㄷ



물이나 차에 우려 먹는 초코민트를 부엌 선반에서 키우는 중

아이비는 그냥 예뻐서. ㅎㅎ



효소 타 먹음시롱 초코민트를 쑝! 넣어주었다.

찬조 출현: 부엌에서 요리할 때마다 노래 틀어놓는 나무 스피커인데

홈에 스마트폰을 끼우면 빈 공간을 타고 소리가 증폭되는 비전력 (전기 안 쓰는) 제품이다.


4. 미니멀 부엌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처럼 부엌의 살림도 미니멀하게.

간단하고 소박하게.

부엌에서 소중한 것은 쌍둥이 칼, 스타우브 무쇠솥, 이딸라 그룻이 아니라 날마다 함께 먹는 건강한 식사니까.

한 달에 한 번 쓸까 말까한 살림은 아웃시키고 두 식구가 자주 쓰는 식기도구만 갖췄다.

 2명 이상의 친구들이 놀러올 때는 좀 불편하지만 젓가락, 숟가락은 지참해야 한다.

우리 집엔 딱 4개만 있으니까.








5. 이웃의 살림을 입양하기

최대한 모든 부엌 살림은 아는 집에서 입양했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전 룸메의 부엌 살림을 이용했기에 헤어지면서 남은 나의 식기도구는
전기밥솥, 밥그룻 하나, 국그룻 하나, 글라스락 반찬통 2개, 컵 2개가 전부였다.
서울로 상경할 때 엄마가 하나씩 싸준 살림이 전부.
그 때는 오빠집에 얹혀 살아서 그걸로 족했고 그 이후에는 룸메들 살림에 얹혀 살았으니 문제가 없었다.
이사가기 전부터 남는 부엌 살림이 없냐고 주변에 소문을 냈고 두 달에 걸쳐 주변의 부엌 살림을 수집했다. 
결과적으로 스테인레스 냄비 5종과 부엌 가위를 제외한 모든 부엌 살림을 친구들의 나눔으로 채웠다.

행주, 와인따개, 숟가락, 젓가락, 그룻, 컵, 필러, 국자 등 깔맞춤은 아니지만 고맙게 잘 사용하고 있다.

아직 못 갖춘 것이 바로 부엌 장갑인데 뜨거운 냄비 집을 때 행주 2개를 이용해 장갑없이 대처하는 중. ㅎㅎ


살림이 넘쳐나는 시대라 집마다 놀고 있는 식기 도구가 많다.
냄비도 얻을 수 있었지만 범랑이나 양은 냄비 말고 스댕이 쓰고 싶었고,
여성단체연합 후원 바지회 때 오만원에 스댕 냄비 5종을 팔아서 눈이 확 뒤집혔다. ㅎㅎ 지.름.신.
게다가 결혼을 안 하고 새 살림을 차리니 참말로 편했다.
집들이 할 때 한 번 쓰고 말까한 그룻 세트를 바리바리 쟁이고 살 필요가 없었고
엄마랑 혼수네 뭐네, 행남자기 그룻 세트를 사네 마네하는 촌극을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여분으로 남거나 버리는 살림으로 부엌을 꾸리니, 감개 무량의 기분.

(나의 인맥과 자원 확보 능력에 뻑 가고 말았다능~)


6. 친환경 스댕 미스


"너는 골드도 아니고 실버도 아니고 심지어 '똥 구리 미스'도 아닌데 이를 우쩐다냐"는 울엄마의 한탄에

"전 원래 골드나 실버 싫어해요.

꼭 무슨 미스로 구획을 지어야 한다면 저는 그냥 '친환경 스댕 미스'로 불러주세요."라고 했다가

돈 못 버는 주제에 잘난 척 한다고 등짝만 디지게 쳐 맞았는데

정녕 친환경, 에코 운운하는 사람이나 생협 조합원들은 모조리 '스댕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 과불화화합물이라는 환경호르몬으로 코팅한 후라이팬이나 냄비를 거부하고

무겁고 예열 시간이 길고 잘 길들여야 하지만 우리는 스댕을 쓴다. 오오 스댕이여!

간혹 무쇠솥을 쓰는 이들도 있는데 '스댕족'은 광범위한 정의로 무쇠들까지 포함한다.

나한테 길들여져 후라이가 스댕 후라이팬에 안 들러붙고 고분고분 뒤집혀지는 순간,

나는야 '요리왕 비룡'이 된 듯한 희열감에 휩싸인다.


 

스댕 궁중팬과 스댕냄비의 구비


7. 무조건 조명은 LED


부엌 조명이 예뼈야 분위기가 산다고 하지만

우리 집 부엌 컨셉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부엌 스타일이므로

장식없이 LED 전구만 달기로 결정했다.

식탁 위에 전구를 하나 달았는데 싱크대 쪽이 어두우면 불편하다고

디자이너 샘께서 역시나 LED로 작은 싱크대 조명을 달아주셨다.

싱크대 쪽에 작은 조명을 달면 이것만 켜고도 간단한 부엌일을 할 수 있고

그룻이 잘 보여 설겆이 하기도 편하다.



싱크대 조명



사진이 어둡게 나와서 안 믿어지겠지만;; 실제로 싱크대 조명만으로 부엌일을 보기도 한다.


 

장식없이 늘어뜨린 부엌 테이블 위 LED 전구 하나. 길이 조정이 가능하다.




   

냉장고 측면에 칠판 페인트를 칠해 글씨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냉장고에 들어있거나 장 본 재료를 적어놓아 냉장고 문을 안 열고도 뭘 먹을지 알 수 있다.

특히 빨리 상하거나 유통기간이 짧은 음식은 별표 쳐놓고 되도록 빨리 먹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한다.



파노라마로 찍은 부엌 전체 모습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부엌의 절수 현장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