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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욕실2]생태화장실, 세면대 허드렛물을 받아삼키는 절수형 양변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6. 29.

욕실을 고치면서 나의 로망을 세 개 열거했는데


1. 건식 화장실 -> 완성

2. 샤워부스나 욕조 설치 -> 욕실이 콧구멍만한 탓에 욕실 확장공사를 하지 않는 한 욕조 설치 불가능,

세상이 좋아서 반신욕 할 수 있는 반쪽짜리 크기의 욕조도 나와 있었으나 우리 욕실에는 이것도 무리데쓰.

그래서 반투명 유리 샤워부스로 낙찰

3. 어떻게든 물자와 에너지를 아끼는 기특한 개인적 노력 말고 구조적인 에너지 절감 지향

-> 환경 파쇼인 우리 아빠는 따뜻한 물을 샤워 꼭지로 쓰면 펑펑 쓴다고

목욕하실 때마다 전기 포트에 물을 딱 1리터만 끓여서 세수대야에 찬물과 섞어 적당한 온도로 ‘조제’해 쓰신다.

절대 1리터 이상의 온수를 쓰지 않게 철저하게 자신을 단련하는데, 나로 말할거 같은면 ‘내사마 이케는 몬산다’의 심정이다.

가정용 초절수 토네이도 변기 4.8 리터 장착,

레이저로 타공해 수압이 낮은 집에서도, 물을 적게 틀어도 물이 시원하게 나온다고 느끼게 하는 샤워헤드 장착.

3번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리고 자료도 찾고 공사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과정을 거쳤다.


생태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는 건식 화장실이나

노들텃밭에 설치되어 있는 오줌과 똥을 따로 받아 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화장실을 말한다.

초절수형이라도 해도 한 번 내릴 때마다 4.8리터의 물을 쓰고

정수하는 과정에서 물을 오염시키고 에너지를 쓰고 쥐어 짜고 마지막에 남은 오니는 해양에 갔다 버리니

수세식 화장실이 어떻게 생태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은 지속적으로 규탄받다가 올해 처음 해양투기를 금지한다.)

도시가 태생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듯, 수세식 화장실도 애초부터 생태적일 수는 없는 거다. 


적당히 넓은 공간과 사방에 바람이 통하는 곳, 시간의 흐름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생태 화장실은 더럽거나 냄새가 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다. 다만 겨울에 엉덩이가 좀 시릴 뿐.

내가 경험한 최고의 생태 화장실은 캐나다 알콘 퀸 공원의 캠핑장에 있는 나무상자 화장실!

숲 한가운데 나무상자가 놓여있고, 문을 열면 일을 볼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이 나온다.

동그란 구멍 아래에서 시간을 들여 자연스럽게 퇴비가 된다.

캠핑장이라고도 하지만 우리 식의 콩나물 시루 빡빡한 캠핑장이 아니고

카누를 타고 호수를 넘어 들어와 우리만 머무니 화장실에 과부하가 일어나지도 않고 가림막도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이 머무는 가장 가까운 캠핑장도 카누를 타고 가야 나온다.




이건 정말 자연!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눈을 들면 사슴인가 노루인가, 그런 종족과 눈을 맞출 듯 하다.

그리고 노들텃밭과 지리산 실상사의 생태 화장실이 좋았다.

실상사에서는 일을 보며 한 쪽으로 뻥 뚫려있는 공간을 통해 나무와 숲을 바라볼 수 있다.

아름다운 해우소들이다.



흙살림 권상우 샘께서 도시텃밭 투어 중 생태화장실 설명을 해 주고 계신다.



나무 덮개를 열고 일을 본 후 톺밥을 뿌리고 다시 나무 덮개를 닫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도 집에 건식 화장실이나 생태 화장실을 만들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귀농한 집도 아니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도 아니고 15평짜리 다세대 빌라 한 켠에 건식 화장실을 맹글 자신은 없었다.

화장실은 좁았고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었고 나 혼자 살 공간이 아니었다.

게다가 같이 살 친구는 그러면 자기는 딴 집 알아볼 거라고 했다.

우리 아빠와 나의 관계가 ‘데자뷰’되고 있구나, 너도 ‘내사마 이케는 몬산다’의 심정이구나!!

그래서 접었다. ㅎㅎ


그렇다면 수세식 변기를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좀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일본에서 본, 변기 윗 부분에 달린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장치!  

손을 씻은 허드렛 물이 아래의 변기 수조로 들어가 변기 물로 재사용된다.

어차피 피부에 닿지 않고 변기로 버려지는 물이라면 허드렛 물을 재사용하면 좋겠다!!

한 번 쓴 물을 처리해 재사용하는 물을 ‘중수’라고 하는데

일부 대형 건물이나 공공 건물은 요새 중수도 장치를 설치해 빗물이나 정화된 물로 변기 물을 충당한다.

(버스 휴게실 화장실에 '변기 물 색깔이 노란빛인데 재사용 된 물을 정화해서 그렇다'라는 알림판을 본 적 있다.) 

하지만 중수도 장치는 우리 집 내부 인테리어 정도가 아니라 다세대 건물의 수도를 전체적으로 손봐야 가능하다.

이것도 역시 귀농해서 처음부터 집 짓는 시츄에이션이 아니므로 생략하는 대신,

물을 재활용하는 '중수' 개념을 써보기로 했다.



이탈리아 회사 작품인데, 변기와 세면대 일체형으로 세면대에서 쓴 물이 변기 물로 재사용된다.

보시기에 좋아 보여 우리도 변기 방향을 바꾸고 그 위에 세면대를 놓는 구조를 타진했으나

우리 집의 경우 수도와 정화조 위치 상 변기 방향을 변경해 설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제품을 공수해서 설치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고 말이다.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인데 장우석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 역시 참말로 아름답지만 어디서 구할지도 모르겠고 비용 감당도 안 될 거라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면 세면대 물을 변기 물로 재사용하는 '디자이너' 작품이나 외국 이야기만 나와 있지

실제로 그렇게 쓰고 있다던가, 변기 회사에서 기성품으로 내 높은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공사 사장님께서도 기성품으로만 딱 나와 있어도 고민 없이 쉽게 설치하는데

이런 사진만 보고 변기를 직접 제작하려면 수 천만원이 든다고 고개를 흔드셨다.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았다.

세면대 물과 변기 물의 사용량이 같을 수 없으니, 변기 수조통이 넘쳐도 안 되고 텅 비어 물이 안 내려가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처음에는 변기 물보다 세면대 물을 많이 쓰면 자동으로 하수도 쪽으로 물이 버려지고

세면대 안 쓸 때 화장실 일을 보면 자동으로 수돗물이 나오는 '스마트 그리드' 저리가라는 자동조절장치를 꿈꿨다.

전기를 써서 조절되는 장치는  안 되고 수동 밸브로 조절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기성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도 않는 그림을 몇 장씩 그리면 이건 가능할까요, 저건 가능할까요, 하고 알아보던 번뇌의 나날이여.

왜 짜잔하게 이렇게까지 하려고 용을 쓰냐는 눈치도 보았지만

우리 사장님은 뭐 재미있을거 같다, 고민해보자고 의욕을 꺽지 않으셨다.


결과적으로 '상수도는 수동 조절이 가능하지만 하수도는 변기 수조 쪽, 하수도 쪽 두 뱡향으로 만들기 어렵다' 였다. 

그래서 세면대 물을 한 번 쓸 때마다 변기 수조 용량인 4.8리터 만큼 쓸 리가 없고, 세면대보다 변기 사용 횟수가 많으니

변기 수조 넘칠 걱정은 하지 말라, 변기 물이 세면대 물로 차지 않을 때 수돗물을 트는 밸브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런 식이면 되요. :)

세면대 쪽 하수가 변기 수조 쪽으로만 연결되면 됩니다.

(우리 다른 건 포기하자규요. ㅠ.ㅠ)




샤워부스를 주문하면서 세면대 하수도 연결선이 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달라 했다.



가스밸브처럼 생긴 밸브를 아래로 내리면 일반 변기처럼 자동으로 수조가 채워진다.

밸브를 잠그면 가스가 끊기듯 변기 물도 끊긴다.

세면대에서 쓴 물이 흘러 들어오도록 평소에 밸브를 잠가두고

수조에 물이 안 차 있을 경우에만 밸브를 연다.

초절수 변기라서 그런지, 밸브를 열고 일을 보는 동안 수조가 금방 차서 바로 변기 물을 내릴 수 있다.

단, 브는 허리 높이 달아서 손이 쉽게 닿도록 만들었다.



하수도에서 아래로 물이 버려지지 않고 변기 수조로 연결되는 구조,

전기 펌프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변기보다 세면대가 무조건 높게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런걸 불편해서 어떻게 쓰지? 이사할 때 이거 다 고쳐서 원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고"라던 울엄마도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보내시더니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지 않구나" 라고 하셨다.

내 룸메는 재미 들려서 내가 바로 밸브 열고 일보는 낌새가 있으면 먼저 세면대서 씻고 일 보라고 잔소리까지 하는 판;;

변기 물 내리는 레버를 내리듯 밸브를 열었다 닫았다 해주면 되는데, 말보다 훨씬 간단하다.

욕실 공사한지 2달 정도 되는데 이걸로 불편한 적은 거의 없었다.

다만 아직 변기 윗 뚜껑을 못 덮었는데 투명 아크릴판으로 연결관 부분에 구멍 뚫어서 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나의 온라인 서치 기능이 문제였던 거다. (컴터 자격증이라도 따야하는 것 아니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세면대 물을 재사용하는 기성품! '레디메이드' 양변기 세트가 보무도 당당하게 나와 있었다.

죽어라 찾을 때는 외국 거랑 무슨 박람회에 나온 살 수 없는 것들만 떴는데 공사를 다 끝내고 우연히 검색을 하자

어렵지 않게, 단 한번에 '물사랑'이 나와버렸다. (하도 억울해서 그런 제품 없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뺑끼 부렸다;;)

역쉬 꼬레아서는 한국 포털 써야 하나 보다.

구글로 물사랑, 세면대 절수, 양변기 절수 어쩌고 저쩌고를 칠 때는 환경부 '물사랑'만 나오더니

네이버에서는 '절수형 양변기' 물사랑이 떴다. http://www.moolsarang.co.kr/index1.php






오오! 여봐라~내가 상상했던 이상의 절수형 양변기.

세면대 물을 변기 물로 재사용할 뿐 아니라 물이 넘치면 자동으로 하수도로 연결되고

물이 부족하면 밸브를 열 필요없이 자동으로 수돗물이 수조를 채워주고

세면대에서 나온 물이 더러울까봐 자동세척장치와 배수트랩이 있어서 걱정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제품 특장점을 보다가 역시 내 머리로 꼼지락 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임을 자각 했다.

이걸 사다 설치만 하면 되었단 말이다!! 아아 썩을 놈의 구글이여. 아이 헤이트 유...국산이 질이여.

그리하여 저처럼 삽질하지 마옵시고 '레디메이드' 물사랑을 쓰시라, 아픈 실패담을 발판삼아 조언 드립니다.;;

(서울시 에너지팀 정희정 반장님께서 집에 설치하시기로 했으니 사용후기는 나중에!)

그래도 우리 집 것도 단순하고 별로 불편하지 않당께, 게다가 이 변기는 6리터고 우리 집은 4.8리터 초절수 토네이도 형이야!!

(자기 합리화 쩔지만, 이미 물사랑 변기에 양변기 절수장치 달면 4.8리터가 되는 것을 계산해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