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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12. 15.


1,0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진 일본의 에디슨, 후지무라 샘.

에디슨이 전기와 연결되는 문물의 신세계를 발명으로 열어젖혔다면

백발을 한, 홍옥의 사람좋아 보이는 후지무라 샘은 전기를 쓰지 않는 언플러그드 발명으로
포스트 핵발전의 시대를 즐겁고 행복하게 시작한다.



'3만엔'은 우리 돈으로 약 50~55만원 정도된다.

에게게,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사냐고??

적어도 전세 정도는 얻어주시는 중산층 부모를 만나고 밥은 내가 키운 도시텃밭의 채소로 자급자족한다고 해도

50만원으로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은 공중부양하는 하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후지무라 샘이 말하는 '3만엔 비즈니스'의 밑감은 바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것이고

한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 일해 3만엔을 벌고 그런 '3만엔 비즈니스'를 2~3개 정도 하는 거란다.

'재벌 좌파'처럼 뭔가 아다리가 안 맞는 생각이야, 혹은 고생 안해본 부르조아지의 섣부른 낭만이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후지무라 샘이 직접 비전력 공방을 운영하면서 3만엔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젊은이들을 양성하고 있고

자기 아들도 비전력 공방에서 일을 하며 '3만엔 비즈니스' 스타일로 살고 있다.  

그야말로 원전없는 시대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먹고 사는 일자리 이야기이다.

'3만엔 비즈니스'는 연금이 있는 은퇴자를 위한 귀농 메뉴얼이거나

도시에서 DIY를 한다면서 온갖 재료와 장비를 사다쟁이고 사는 것보다 더 비싸게 만드는 취미활동도 아니다.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가격의 30%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면 이것은 자급자족 활동이 아니라 취미 활동이 됩니다.

실제로 도시민들의 레저에 가까운 DIY 활동의 상당수는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65쪽


생태마을과 트랜지션 타운도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거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운동은 '개념 있는 중산충'의 동호회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116쪽


대학 졸업식 무렵 졸업식장이 아니라 인도를 두달여 여행하고 돌아왔더니

(허파에 바람이 왕창 들어) 도무지가 이력서를 작성해 직장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들었더랬다.

(그 전에는 허파에 바람이 들어도 언론사 고시를 쳐봐~? 식의 천부당만부당 수준이었다.)

하고싶은 일은 많았지만, 하루 8시간 이상을 투자해 그걸로 먹고사는 노동은 어쩐지 맞지 않는 듯 했다.

하고싶은 일들도 직업으로 삼기에는 좀 거시기했다.

뜨개질하기, 병조림 만들기, 고양이 밥주기, 나이든 분들께 책 읽어드리기, 집회 나가기 등 뭔가 직업인의 세게는 아니었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한 4명의 룸메들 중 맨 먼저 졸업하고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한 직딩 1인은

매일 아침 쳐자고 일어나 같이 밥 해먹고 집에서 꼼지락꼼지락 놀던 학점 1.0대의 '먹보 대학생' 3인의 삶에 압도당해

2달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꼼지락의 삶으로 리셋했다. (다시 컴백한거지 무얼;;)

우리는 '잘나가는 애들은 놀아도 돈을 모아 세계 여행을 가네, 국토순례를 하네, 연애를 기똥차게 하네'와는 달리

그저 집에서 서로 꼼지락거리며 키득거리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할까,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침에 팔아볼까, 인형 눈알을 달아볼까 하는 작당을 했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만큼만 벌되 자유시간은 많고 세상에 나쁜 일은 안 하지만

하고 싶은 잉여스러운 일을, 재미있을 만큼만 하고 뭐 이런 식이었다.

결국 '잘 모르겠다, 그냥 학원 파트타임이 그나마 적당한 범주인거 같다'로 귀결되었다.


그 시절에는 '노동에 압도당하지 않는 삶'이라는 말 외에는 그런저런 삶을 설명해줄 언어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뭔가 잘 못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 갑자기 부모님께 미안해지고는 했다.

만약 '3만엔 비즈니스'라는, 언어가 붙여져 드디어 형태를 가진 삶의 방식을 알았다면 우리의 행로는 달라졌을텐데.


'3만엔 비즈니스'의 밑바탕엔 '에너지와 돈에 의존하지 않는 풍요로움', 즉 '자급자족 생활'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상상하시는 것처럼 구질구질한 가난'과는 거리가 멀답니다.
왜냐하면, 돈을 벌어들이는데 사용하는 시간은 줄여서 남는 시간에 자급률을 높이니까
자연히 지출이 줄어들어 궁핍하다고 느낄 이유가 없으며,
남는 시간을 문화 활동에 사용하거나 지성을 갈고 닦는데 사용하여
정신적으로 윤택하고 나아가 물질적으로도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60쪽


책의 추천사를 쓴 조한혜정 교수의 글에

도시에서 디자이너나 편집자로 살다가 제주로 옮겨와 해녀학교를 다니고 농사를 지으며 같이사는 3명의 여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면, 나는 작년에 그 집에 잠시 다녀왔다.

농사일로 3만엔 정도의 수입을 벌고 먹을거리는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보고 바느질을 하고 한미 FTA 반대 깃발을 만드는 여자들이었다.

구질구질한 가난이 아니라, 앞마당에서 뜯어온 허브를 샐러드에 뿌려내오는 점심이 있는 삶이었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디자이너로,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로 있을 때보다 편안해보였다.


3만엔 비즈니스 스타일로 살고자해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책에는 아이디어가 나와있다.

여유가 있다면 나스에 있는 비전력공방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생각해도 좋겠다.

(아래는 비전력공방이나 NGO에서 개발했거나 직접 사업하고 있는 아이템들이다.)


  •  도정되지 않은 쌀은 벌레가 먹지 않으니 에너지를 들여 저온저장 할 필요가 없다.

      : 도정되지 않은 쌀 판매와 수동정미기 사업 (그날그날 현미, 오분도미, 칠분도미 등 신선하게 깍아먹기) 

  • 마을 뒷산 간벌하거나 도시의 낙엽 등의 바이오 부산물을 쓰레기 봉다리에 넣기 아까워질 때

     : 벽난로 땔감 공급 및 펠릿 보일러에 쓰일 펠릿으로 가공하는 사업

  • 3~5년마다 갈아줘야 하는 자동차 배터리

    : 유해물질도 줄이고 새 배터리보다 가격도 싼 납축전지 재활용 비즈니스

  •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러가지 대안기술, 적정기술을 사용하는 일반 가정을 방문하고 그 집 사람들을 만나기

    : 에코하우스 투어를 조직하는 호주 브리스번의 솔라 시스터즈와 같은 사업

  • 단열도 중요하지만 주택 단열재로 쓰이는 글라스울은 발암물질에 재활용 안되고 매립만 되는겨

    : 논밭에서 나오는 볏짚, 왕겨를 이용한 왕겨 단열재 비즈니스


무엇보다 3만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을 기억하자!

"느리게 일을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천천히 일하려면 지출이 적어야 하고 빚을 내서는 안 됩니다."